[영화]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코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출연
줄거리
핀란드의 헬싱키. 그 도시 어느 길모퉁이에 카모메 식당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일본인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다.
그녀는 그곳이 레스토랑이 아니라 식당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처럼 꾸밈없는 장소에서, 주먹밥을 대표메뉴로 하는 일본 가정식을 파는 식당이다. 하지만 문 연지 한 달째 손님이 없다.
그런 카모메 식당에 하나 둘 사람이 찾아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카모메 식당의 맛깔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카모메 식당에 찾아 든 사람들
카모메 식당과 연이 닿은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참 특이하기 그지없다.
사치에와 우연히 만나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를 알려준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 그녀는 단순히 눈을 감고 세계지도에서 찍은 장소가 핀란드여서 그곳으로 왔다 말한다.
그리고 여행가방을 잃어버린 '마사코(모타이 마사코)'. 언젠가 TV에서 본 '기타 소리 흉내내기 대회'가 너무 재미있어서, 부모님의 긴 병수발이 끝나고 나자 홀로 핀란드를 찾았다고 한다.
그들이 멀고 먼 핀란드까지 온 이유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를 달리 읽으면 이렇다.
눈을 감고 찍은 장소 어디라도, 그저 지금 처한 현실을 떠나야만 했던 미도리. 긴긴 부모님 병수발에 자신의 삶을 내어주고 살다가, 난생 처음 자신만을 위해 어딘가로 떠나온 마사코.
거기에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를 가르쳐 달라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핀란드 오타쿠 청년 '토미'와, 그들의 그런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카모메 식당 주인 '사치에'가 만났다.
서로 순수하게,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라곤 그저 만화 주제가가 전부인 관계.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무게가 버겁지 않게 만나, 서로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카모메 식당, 고단한 현실을 가뿐하게 사는 법
카모메 식당 문을 연지 한달 째인데 손님이 없다. 주인인 사치에는 물론 걱정이다. 하지만, 그것에 얽매여 안달복달하는 모습은 아니다. 사치에는 이렇게 말한다.
"매일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손님도 오겠지요. 그래도 안 되면… 그때는 뭐, 그만둘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사치에는 카모메 식당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매일매일 요리를 하고, 식당을 정비하고, 자신을 가다듬고, 웃는 얼굴로 지나는 사람들을 대한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해도 안 된다면, 그때는 질질 끌거나 집착하지 말고, '정 안 되면 그만두면 된다'고 말한다. 참 가뿐하다. 그런데 사실, 정답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지만, 실천은 어려운.
왜 핀란드여야 했을까?
카모메 식당이 있는 장소,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는 핀란드다. 핀란드, 현실의 장소지만 참 멀리 있는 나리이기도 하다. 뭐 딱히 떠오르는 것 없는 북유럽의 어느 나라. 그런데 왜 하필 핀란드여야 했을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판타지, 그 상징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 바쁜 우리들은 그런 막연한 판타지가 있다. 이곳을, 내 자리를 훌쩍 떠나서 어딘가, 가령 북유럽의 핀란드 같은 나라에 가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롭고 한적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작 핀란드에 사는 사치에는 이리 말한다.
"어디에 있던지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게 아닐까요?"
그곳에서도 사치에는 식당에 손님이 들지 않음을 걱정하고, 날 버리고 떠난 남편 때문에 아프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외롭고, 슬프다.
결국 어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자신만의 숲을 스스로의 안에 품고 사는 것. 무거운 짐을 언제까지고 질질 끄는 대신, 가끔은 비워낸 공간에 숲의 버섯을 넣을 마음이 있는 것.
◇◆◇
슬로우라이프 무비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다. 역시나 슬로우라이프 무비하면 떠오르는 대표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감족의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영화다.
물론 영화는 다분히 현실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잠시나마 기분 좋은 꿈을 꾼 듯 하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사치에가 수영장에 떠오른 것처럼 잔잔하게 둥둥 흘러가는 꿈을.
그리고 그 꿈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찬찬히 숨쉬는 법을 하나 배운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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