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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 죄와 벌, 그에 대한 질문

스위벨 2014. 11. 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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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공허한 십자가 

: 죄와 벌, 그에 대한 무거운 질문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줄거리    

 

애완동물 장례사업을 하는 남자, '나카하라'에게 어느 날 한 형사가 찾아온다. 이혼한 전 부인이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나카하라와 부인 사요코는 11년 전, 강도 살인에 의해 딸을 잃었다. 그리고 서로를 보며 떠오르는 그 괴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이혼했다.


이혼 후 나카하라는 고통을 잊기 위해 과거로부터 도망치듯 살았다. 그러나, 부인의 죽음 후, 나카하라는 그녀가 프리라이터로 활동하며 살인과 그 형벌, 사형제도에 관해 많은 조사와 글을 쓰며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사건 후, 사요코를 죽인 범인이 바로 자수해온다. 돈이 궁한 한 노인으로, 단순히 돈을 노린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전 부인의 행적을 쫓으면서 무언가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허한 십자가?

 

소설에는 각기 다른 입장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와 안타까운 희생자, 그리고 피해자의 유족과 가해자의 가족이다.

 

주인공인 나카하라는 11년 전 살해된 아이의 아버지고, 이제는 살해된 여자의 전남편이 되었다. 딸을 죽인 자는 살인죄로 복역하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남자였고, 이어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범은 한 아이를 죽임과 동시에, 한 가정을 파괴했다. 살인범은 단지 한 사람만 죽인 것이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삶 또한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도 살해된 피해자는 돌아올 수 없기에, 유족들은 범인의 사형을 원한다. 

하지만 최근의 법은 사형보다는 유기형을 많이 내린다. 그러나 재범률이 높은 것을 생각하면, 과연 누구를 위한 징역형인가 하는 물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누가 '이 살인범은 교도소에 몇 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징역이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갱생했느냐 안 했느냐를 완벽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면 갱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형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이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입장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형은 바람직한 형벌인가에 관한 물음도 던진다. 사형에 처해진 범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반성도, 미안한 마음도 없이, 다만 사형이 집행될 날을 기다린다는, 한 변호사의 말이 등장한다.

 

"히루카와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뭔가 달라진 게 있나요?"

"아니요. 아무것도…… 무엇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리고 히루카와도 결국 진정한 의미의 반성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형 판결은 그를 바꾸지 못했지요. 사형은 무력합니다."



 

죄와 벌, 끝없는 질문

 

책은 확답을 주지 않는다. 어느 편인지 살짝 손을 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묻고 또 묻는다.


사형 제도가 정당하냐고. 하지만 사형이 아니라면 다른 이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범에게 어떤 벌을 줄 수 있느냐고.

또한 범인을 그저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이 정당한 형벌이 될 수 있는지, 반성하지 않는 죄인에게는 그저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 사법제도가 아닌지에 대해서. 그렇다면 감옥에서도 죄를 뉘우치지 않는 범죄자와, 비록 잡히지 않았지만 사죄하면서 여러 사람을 돕고 사는 사람 중에 과연 누가 더 나은 것이냐고…


질문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형벌은 원래 모순투성이지요. … 인간이 완벽한 심판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

 

사건의 범인은 초반부터 확정되어 있다. 다만 그가 왜 죽였느냐 하는 문제가 남을 뿐이다. 때문에 긴장감은 확실히 완화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범인과 범행의 이유가 중요하지만은 않다. 훨씬 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추리소설의 긴박한 긴장감이 다소 줄어든 대신, 책은 상당히 묵직하고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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