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설] 아름다운 흉기
: 괴물이 된 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줄거리
일본의 유명 올림픽 스타 4명이 외딴 저택에 숨어든다. 다쿠마, 준야, 유스케, 쇼코.
그들은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만 곧 저택의 주인인 '센도 고레노리'에게 발각된다.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그들은 센도를 살해하고, 은폐하기 위해 저택을 불태운다.
그러나 저택 한 켠에 마련된 별채의 비밀창고에서, 그 모든 과정을 CCTV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초인적인 힘을 가진 여자. 센도에 의해 새로운 육상 비밀병기로 키워지던 그녀는 ,센도를 죽인 4명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
초반부터 거의 모든 상황이 드러난 채 시작된다. 4명의 스포츠 스타들이 센도를 죽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센도가 비밀리에 여자 육상선수(일명 타란튤라)를 키우고 있는 정황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말 등을 통해, 뻔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설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 속 범인 찾기가 아닌, 추격전으로 이루어진다.
소설 속 추격을 벌이는 대상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센도를 죽인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복수하려는 여인, 타란튤라. 그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반격을 준비해야 하는 4명의 스포츠 스타. 그리고 센도를 죽인 범인을 찾고, 타란튤라의 복수를 막으려는 경찰.
단순히 보자면 타란튤라는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고 복수할 지, 스포츠 스타들은 어떻게 그를 피할지, 그리고 경찰은 어떻게 타란튤라를 잡고 모든 진실을 밝혀낼 지가 내용의 전부다.
하지만 뻔해 보이는 이야기가 단지 뻔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추격전 속에서도 각각 다른 입장에 놓인 인물들의 시점이 서로 교차되어 나타나면서, 소설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속도감을 높인다.
또한 등장 인물들을 다양한 입장에 서게 만들면서 단순 복수극에만 머무르지 않게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그 누구도 오로지 선악으로 나눌 수 없다. 죽은 센도 역시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고, 4명의 스포츠 스타들도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다. 그리고 그건 복수를 실행하는 타란튤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벌어지는 숨가쁜 추격전 끝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맛깔 나는 반전 하나를 숨겨두었다. 소설을 읽으며 조금 이상했다 싶은 순간들이, 마지막 반전과 함께 딱 맞아 떨어지는 쾌감을 준다.
소설 속에서 타란튤라는 흡사 '괴물'로 표현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괴물로 느껴지는 건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상관없이 오직 자신의 욕심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킨다.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 숨기고 있던 이기심과 탐욕이 폭발할 때, 인간은 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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