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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얼리티 : 꿈의 미로 – 미궁이 되어버린 꿈

스위벨 2014. 4. 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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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얼리티 : 꿈의 미로 (Reality)

– 미궁이 되어버린 꿈

 

/ 마테오 가로네 감독

/ 아니엘로 아레나, 로데다나 시미올리 출연

 

 

    줄거리    

 

이탈리아의 나폴리, 마을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루치아노'.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고, 돈을 벌기 위해 아내가 판매하는 전자제품을 다소 꼼수를 부리는 방법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가진 삶의 즐거움은, 파티나 행사에서 이런저런 변장을 한 어릿광대가 되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다.

 

 

어느 날 루치아노가 사는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인 '빅브라더 쇼'의 1차 예선이 열리게 된다. 그것을 발견한 루치아노의 아이들은 아빠에게 어서 오라며 조르기 시작하고, 루치아노는 그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오디션을 받는다. 그리고 그는 1차 예선에 합격해 로마에서 열리는 2차 예선에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족들과 함께 로마로 향한다.

 

2차 예선이 끝나고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루치아노에게 환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런 환호에 취한 루치아노는, 아직 결과 발표가 나지 않은 2차 예선을 이미 합격해 놓은 것처럼 굴기 시작한다. 그리고 쇼에 출연하면 금새 유명세를 탈 거라며, 가족의 생계로 삼고 있던 생선가게까지 팔아버린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방송국에서 연락은 오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루치아노는 방송국에서 보낸 사람들이 참가자의 검증을 위해 자신을 내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다. 길에 모르는 사람만 나타나면, 그들이 방송국에서 보내서 온 사람일 거라는 강박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그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방송국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무에게고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집안의 집기들까지 모두 퍼주기 시작한다.

 

 

 

꿈이란 미로에 갇힌 남자

 

 

영화 초반, 루치아노의 가족은 모두 누군가의 결혼식 파티에 참석했다가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파티의 옷을 벗는 이들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는 길게 이어진다. 여자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벗고, 장신구를 떼어낸다. 루치아노도 변장했던 모습을 지우고 본연의 그로 돌아온다. 그 모습을 영화는 꽤나 길게 비춘다.

잠시 꾸었던 꿈이 끝나는 시간이다. 현실에 벌어졌던 꿈, 그러나 파티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기에, 그 파티를 끝내고 사람들이 서서히 모두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인 것이다.

 

 

그런데 루치아노는 끝나지 않는 파티를 꿈꾸었다. 자신이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곧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꿈을 꾸기 시작한 그에게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런 자신에게 충고를 하는 부인은, 자신을 망치려고 작정한 못된 여자가 되었다.

꿈을 꾸었다면, 그 꿈으로 갈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길을 찾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 길을 찾지 못한 그는 헤어날 수 없는 미궁 속에 갇히고 말았다.

 

 

꿈, 누군가에겐 현실, 누군가에겐 판타지

 

보통의 영화는 '꿈'의 순수함과, 고귀함을 이야기한다. 우리들은 꿈을 이룬 누군가를 TV속에서 바라보고, 그가 꿈을 이룬 기적 같은 순간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게 중에는 그 기적이 자신에게 올 거라고 굳게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꿈은 대체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Never give up!"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매번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들려오는 그의 말은,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 그래서 그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참 멀게 느껴진다.

 

영화 속 루치아노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했다. 그리고 노력의 방향 또한 잘못되었다. 하지만 꿈의 실현 여부를 단순히 '노력'이란 말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뤄내기 어려운 꿈조차, 그저 포기하지 않는 걸로 그 꿈에 닿을 수 있게 될까? 꿈을 꾸는 다른 이들이 그 꿈을 이룬 이들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극히 소수만이 이룬 꿈의 '판타지'를 끊임없이 주입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역시, 꿈을 이룬 누군가가 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 누군가에게 꿈은 분명 현실이다. 그 일말의 가능성에, 사람들은 오늘도 꿈을 꾼다.   

 

 

◇◆◇

 

많이 접해보지 않은 이탈리아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배경이 된 나폴리의 작은 마을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는 유쾌하지만, 꽤나 냉정하다. 그저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꿈'이란 존재가, 치열한 노력과 현실적 방법이 동반되지 않은 그 추상적 욕망이,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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