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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워즈 - 시간 속에 갇힌 아버지의 사투 / 폴 워커 출연

스위벨 2014. 4.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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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워즈 (Hours)

: 시간 속에 갇힌 아버지의 사투

 

/ 에릭 헤이저러 감독

/ 폴 워커, 제네시스 로드리게스 출연

 

 

 

    줄거리    

 

최악의 허리케인 '카타리나'가 도시를 덮친 날, 놀런(폴 워커)의 아내 아비게일(제네시스 로드리게스)은 병원으로 실려온다. 만삭의 그녀는 예정일이 5주나 남았음에도 위급한 상황에 처하고, 결국 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태어난 아기는 예정일보다 일찍 나온 탓에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고, 호흡기를 달고 있다.

 

 

한편 허리케인의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병원 안의 모든 환자와 직원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대피한다. 그러나 놀런의 아기가 달고 있는 호흡기는 벽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장비가 없으면 대피를 할 수 없다. 할 수 없이 놀란은 아기와 함께 병원에 남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곧 돌아오겠다던 의사는 다른 곳에 투입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의 전력은 파괴되어 전기가 끊긴다. 아기와 함께 홀로 남은 놀런은 급히 구식 발전기를 찾아 배터리에 연결하는데, 무엇 때문인지 호흡기의 배터리가 최대로 충전되는 시간은 고작 3분이다. 매 3분마다 발전기를 손으로 직접 돌려주어야만 호흡기가 끊기지 않고 계속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발전기를 작동시킴에 따라, 점점 배터리에 충전되는 최대 시간은 짧아져만 간다. 3분이던 시간은 2분 50초가 되고, 이내 2분 40초, 2분 30초… 점점 떨어지게 된다. 그 시간 안에 놀런은 아기에게 필요한 약품을 찾아야 하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하며, 잠도 자지 못한 채 계속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 온 힘을 쏟은 구조요청 시도와 끊임없이 돌려야 하는 발전기 탓에 점점 그는 지쳐가고, 결국 약물에 의존해서 꾸역꾸역 버텨 나가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 타 병원 안에는 약품을 노리는 약탈자들까지 침입하게 된다.

 

 

 

남자, 아버지가 되다

 

처음 아이를 봤을 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나는 널 잘 몰라'가, 놀런이 아기에게 한 첫인사이기도 했다. 아기 보다는 아내가 살기를 더 바랐다. 그런 그가 아기와 단 둘이 남았다.

 

놀런은 갓 태어난 딸에게 아내와 같은 '아비게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긴긴 밤 동안 아기의 인큐베이터에 붙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미 떠나간 엄마의 사진을 인큐베이터 위에 하나씩 올려놓으면서. 그리고 아기의 생사를 오롯이 자신이 책임지게 되면서, 남자는 서서히 아버지가 되어 간다.

 

 

 

 

사건이 아닌, 인물

 

영화는 3분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안에 한 남자를 묶어두었다. 그리고 그 3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떠 짧아진다. 그리고 오며 가며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정작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남짓이 된다. 그 제한된 시간의 장벽은 영화 속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쓰였다. 남자를 철저하게 병원 건물 안에 묶어두었고, 그 시간 제한이 극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는 적지 않은 약점도 가지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 오로지 주인공 놀런에 의해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 제대로 된 액션도, 스케일 큰 재난 상황도 안겨 줄 수 없다. 다소 긴장감 있는 몇몇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나, 그것도 다른 액션 영화처럼 화려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모든 상황은 2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모두 정리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 속 위험 상황은 다소 싱겁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공백의 자리를 채우는 건 놀런이 아기에게 건네는 대화, 아기에게 해 주는 엄마 이야기, 그를 통해 알게 되는 놀런과 아내의 이야기다. 화면은 놀런의 표정을 자세하게 클로즈업하고, 놀런의 기억을 통해 죽은 아내를 등장시키고, 그들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려는 건, 인물이 겪게 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 처한 '인물'이다.

 

 

◇◆◇

 

이 영화는 사망한 배우 '폴 워커'의 유작이라고 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잘 알려진 그는, 이 영화의 개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가 심심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현란한 볼거리는 부족했으나, 특별한 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평범한 아버지가 주인공인 만큼, 영화 속 상황은 오히려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다만, 기왕 화려한 액션이나 휘몰아치는 볼거리에서 벗어나기로 선택했다면, 인물의 감정 변화나 심리 상태를 조금 더 세밀하게 보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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