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슬로우 라이프 무비] 수영장 (Pool)
: 마음을 다독이는 잔잔한 수면
/ 오오모리 미카 감독
/ 고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모타이 마사코, 카나 출연
줄거리
태국 치앙마이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녀는 그곳에서 일하는 '교코(고바야시 사토미)'의 딸 '사요(카나)'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만난 교코와 사요는, 다소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모녀다. 반가운 포옹이나 환영 인사, 그 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도 없이, 그저 어제 만난 것처럼 건조한 인사가 오고 간다.
그곳 게스트하우스에는 '교코'와 함께, 병으로 인해 시한부 삶을 사는 '키쿠코(모타이 마사코)' 아주머니, 직원 청년 '이치오(카세 료)', 그리고 부모 없이 그곳에서 함께 사는 태국 소년 '비이(시티차이 콩필라)'가 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
엄마를 찾아온 첫날, 게스트하우스의 구성원 모두가 둘러앉은 저녁식사 자리, 그런데 어쩐지 '사요'는 식사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요는 마음이 혼란스럽다. 엄마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자기를 두고 혼자 태국으로 떠났고, 그로 인해 사요는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했다. 그런데 왜 엄마는 자신은 그렇게 내버려두고, 태국 소년 '비이'를 돌보면서 살고 있단 말인가.
엄마는 하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요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그런 선택을 했기에, 어린 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싶었음에도 그럴 수 없었다고. 그래서 엄마 교코가 추구하는 그 '자유'는 자신의 책임을 내던진 '무책임'과 '이기심'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런데 소년 '비이'가 엄마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사요는 교코에게 비이가 떠나면 서운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교코는 의아해 한다. 그건 '비이'가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영화는 어린아이에게도 엄연히 존재하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그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결국 비이는 친엄마가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는 삶을 선택한다. 영화는 어린 소년 비이에게도 동일한 선택권을 줌으로써, 결국 모든 사람의 삶에는 각자의 몫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이의 거리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타인에게서 조금 물러나 있다. 교코는 딸인 사요에게도 지나치게 밀착되려 하지 않는다. 딸에겐 딸의 삶이 있고, 자신에겐 자신의 삶이 있다는 태도다. 그건 게스트하우스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키쿠코에게 인물들은 특정한 연민에 휩싸이거나 슬픔에 함께 빠져들지 않는다. 소년 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지금껏 비이를 돌보아 왔지만, 결국 선택의 그의 몫으로 남겨두며, 그에 대해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냉정하거나 타인에게 무관심하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키쿠코 씨는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를 모른 척 지나가지 못해 모두 데려와 키우는 사람이고, 쿄코는 항상 비이를 살뜰하게 챙긴다. 이치오도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좋다고 말하지만, 비이나 키쿠코를 여러모로 신경 쓰고 돌본다.
그러므로 그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 사이의 유대감과 정을 충분히 나누면서도, 자신의 그 친밀함을 타인에 대한 구속으로 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좌지우지 되지도 않겠다는 의미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그 관계 안에서도, 자신의 삶에 대해 오롯한 선택권을 가지는 '주체성' 있는 삶을 중요시하고 있다.
일상이 될 수 없는 휴가
태국 어느 마을, 시원한 수영장이 있는, 그리고 나무가 있는 마을. 그곳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함께 식사를 하고, 수영장에서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구멍가게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그건 흡사 '사요'가 이국에서 보내는 휴가와 닮아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하는 교코나, 이치오에게도 일상의 흔적은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손님도 들지 않는 그들만의 게스트하우스, 아무도 수영하지 않고 그저 잔잔한 형태로 유지되는 수영장. 마치 잘 그려진 그림 같은 느낌일 뿐, 그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머무는 '게스트 하우스'란 공간 자체가 원래 수 많은 이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지 않은가. 어쩌면 현실과 동떨어진, 그 조금의 휴식으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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