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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 뜨거운 갈등, 차가운 분열

스위벨 2014. 4.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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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원제 - August : Osage County)

– 뜨거운 갈등, 차가운 분열

 

/ 존 웰스 감독

/ 메릴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이완 맥그리거, 베네딕트 컴버배치 출연

 

 

 

    줄거리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은 집이 있는 '오세이지 카운티'로 모여든다. 하지만 그들, 하나같이 참 문제 많은 가족이다.

 

약물중독과 더불어 가족에게 막말을 내던지는 엄마(메릴 스트립), 별거중인 큰 딸 부부(줄리아 로버츠&이완 맥그리거)와 마약에 손 대는 그들의 14살 딸(아비게일 브레스린), 이모의 아들인 사촌과 사랑에 빠진 둘째 딸, 바람둥이 약혼자와 함께 찾아온 이혼한 셋째 딸, 자기 아들을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이모, 늦잠 자느라 삼촌의 장례식에 참석 못한 이모의 아들(베네딕트 컴버배치)….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고 땀이 나며, 앵무새도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무더운 지역, 오세지 카운티. 그리고 그 날씨만큼이나 불쾌하고 짜증이 가득한 막장 가족들의 면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죽은 아버지를 추모하기는커녕 서로 얽히고 설켜 물어뜯기 바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짝사랑하던 남자애한테는 아끼는 카우보이 부츠가 있었어. 나는 그 부츠의 여성용을 시내에서 찾아냈지. 엄마에게 골백번을 졸랐어.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갖고 싶으냐고 물어서, 그 부츠만 가질 수 있다면 다른 건 필요 없다고 했어. 그랬더니 엄마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상자가 놓여있을 거라고 넌지시 일러주더구나.

크리스마스날 아침 총알같이 일어나 상자를 열었더니…. 부츠가 들어 있었어. … 남성용 작업 부츠가. 앞 코에 구멍이 나고, 끈은 해어지고, 진흙투성이에 개똥 범벅이 된 거였지. 엄마가 날 보고 박장대소를 했어.

 

영화 속에서 엄마 역할의 '메릴 스트립'이 세 딸에게 해주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영화 속 모든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좋은 가죽으로 된 초콜릿 색 부츠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생이 그들에게 준 건, 개똥 범벅인 부츠와, 그걸 받아 든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롱이었다. 그 후덥지근하고 땀내나는 8월의 오세지 카운티에, 그 개똥 부츠까지 섞여 든 구질구질한 삶이라니.

 

 

그들은 그래도 꾸역꾸역 견디고 있다. 더운 날씨에 더욱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그런 삶을. 하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굴러든 개똥부츠를 견뎌내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자신이 다른 모든 이들에게 던지고 있는 개똥부츠는 미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가 함께 그 냄새 나는 개똥밭에서 엉망진창으로 굴러야 함을 말이다.

 

 

초상, 그리고 가족의 해체

 

 

원제는 <어거스트 : 오세지 카운티>다. 우리나라 제목으로 바꾸면서, 익숙지 않은 미국의 지명대신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이란 제목을 선택했다. 나는 이 제목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가족의 초상, 이 두 단어에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단순히 아버지의 장례를 뜻하는 초상, 그리고 가족의 모습을 뜻하는 초상화 할 때의 초상. 그리고 그들 가족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음을 뜻하는 또 하나의 장례식, 초상.

 

영화의 마지막, 저마다의 문제와 더불어 서로가 던진 개똥에 맞아 가족들은 모두 거칠게 그 집을 떠난다. 셋째 딸은 자기의 어린 조카 딸을 꼬시려다 들통난 남자를 그래도 옹호하며 함께 떠나고, 셋째 딸은 엄청난 출생의 비밀에 충격 받아 떠난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연관된 어머니의 진실을 알게 된 첫째딸도, 잠옷바람으로 그 곳을 떠나온다. 그 후, 혼자 남은 어머니(메릴 스트립)가 기댈 수 있는 건, 자신이 그리 못마땅하게 여기던 인디언 가정부뿐이다.

 

그리고 독하디 독한 어머니에게 치를 떨며 떠난 큰딸 바바라(줄리아 로버츠)는, 차를 멈추고 잠시 눈물을 보인다. 그러나 곧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건 달관이 아닌, '내 삶이 그렇지 뭐.' 하는 자조에 가깝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차를 타고 떠난다.

 

 

이 영화가 지닌 세련된 면모는, 그 잔인한 가족의 해체를 마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흔히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는, 뻔히 보이는 감동을 가져와 가족의 문제를 봉합하려는 얄팍한 술수는 쓰지 않는다. 당연히, 가족 간에 벌어지는 감동적인 화해와 이해도 없다. 다만,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인물 각각이 지닌 그 나름의 의지만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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