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질풍론도 - 히가시노 게이고 : 설원에 휘몰아치는 거센 질주

스위벨 2014.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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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질풍론도 – 설원에 휘몰아치는 거센 질주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 연구소 연구원인 '구리바야시'는, K-55라 불리는 물질이 도난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연구소 소장인 '도고'에게 협박 메일이 도착한다. 자신이 K-55를 어느 설산의 나무 밑에 묻었으며, 돈을 주면 그 장소와 그곳을 찾을 수 있는 수신기를 건네주겠다는 것이었다.

 

 K-55는 특수 처리를 한 탄저균의 일종으로 아주 작은 양으로도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생화학 무기와 같은 물질이다. 그리고 협박 메일을 보낸 범인은 K-55를 만든 장본인으로, 허가 없이 위험한 연구를 한 책임을 물어 연구소에서 해고되었다.

 

균이 누출되면 그 지역의 적지 않은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한 상황이지만, 소장은 경찰에 알리기를 거부한다. K-55 연구는 불법이었고, 연구소 소장과 더불어 선임 연구원인 '구리바야시' 또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게 된다. 그래서 연구소 소장은 돈을 주고 범인과 타협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날, 범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구리바야시'는 사망한 범인의 차에서 수신기와, 몇 장의 현장 사진을 발견하고, 중학생 아들의 도움을 받아 그곳이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스키장은 넓고, 더군다나 일반 이용객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까지 몰래 뒤져야 하니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즈음, 그를 유심히 지켜보는 또 한 남자가 있다.

 

 

범인의 죽음과 남은 이들의 고군분투.

 

범인은 소설 초반에 사망한다. 추리소설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남은 사람들끼리의 쫓고 쫓기는 사투가 이어진다. 그러나 만약 사라진 K-55를 찾기 위한 '구리바야시'의 고군분투만을 그렸다면 소설은 밋밋해졌을 것이다. 상대할 범인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숨겨진 장소를 미궁에 빠뜨리기 위해 범인을 일찍  죽인 대신, 작가는 다른 인물들을 투입해 이야기의 구성을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병원균을 무사히 회수하기 위해 애쓰는 '구리바야시' 그 일에 휘말린 스키장 안전요원 '네즈'와 여자 스키선수 '치아키', 스노우보드를 좋아하는 구리바야시의 아들 '슈토'와, 겨울 스키교실에 참가중인 그 지역 중학교의 아이들. 그리고 K-55를 노리는 또 다른 인물까지. 그들은 모두 한 스키장에 모여, 엎치락 뒤치락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스키장, 설원에서 펼쳐지는 질주

 

사건은 모두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니만큼, 책에는 스키, 스노보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스키장과 그곳의 눈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스키와 스노보드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상당한 스키 마니아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상세한 묘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스키는 눈밭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포츠이니만큼, 그 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은 속도감 있게 그려지고, 그 속도감은 사건의 긴장감을 한층 더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엮인, K-55를 찾기 위한 수색전과 추격전은, 그 승자가 여러 번 뒤바뀌며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의 표지를 넘기자, 제일 먼저 위의 사진과 같은 글이 써 있었다. 작가, 참 대단한 자신감이다 싶었다. (사실 대단한 작가이긴 하지만… 스스로 대놓고 이럴 줄이야! 나 자신도 놀랐다. ^^ )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전 작 '백은의 잭'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고 느꼈다. [백은의 잭] 또한 스키장이 배경이며, 스키장 어딘가에 묻힌 폭탄을 찾기 위한 노력과 추격이 그려졌고, 안전요원인 등장인물이 큰 활약을 했다. 또한 스키장과 지역사회 인물들이 서로 협조하며 마을을 꾸려가는 모습 등의 설정도 비슷하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해 느낀 점을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다소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이 책은 스키나 스노우보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상당히 다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스노보드만 겨우 타고 내려오는 수준이라, 그에 관해 별다른 사전지식도, 흥미도 없는 부류다. 그러니 아무래도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책 속의 문장들은, 아무래도 스키를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들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그러나 [백은의 잭] 보다는 훨씬 더 진보한 것은 분명하다. 사실 과거에 <백은의 잭>을 읽고는 다소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스키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나도, 이 책은 꽤 재미있게 읽었다. 비록 작가의 호언장담만큼에 오롯이 수긍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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