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 오인 유괴, 그 안에 숨은 범인의 속내
줄거리
'야마쿠라 시로'는, 초등학생 아들 '다카시'가 유괴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다카시는 제 방에 있었다. '야마쿠라 시로'의 아들을 유괴하려던 유괴범은, 착각해서 아들의 동급생 친구인 '시게루'를 대신 유괴해 간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의 집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건다. 그리고 경찰의 충고에 따라 '야마쿠라 시로'는 잘못 유괴한 아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유괴범의 요구에 응한다.
하지만 '야마쿠라 시로'에게는 복잡한 속내가 있다. 사실 자신의 아들 '다카시'는 양자였고, 대신 유괴당한 '시게루'가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진짜 친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된 일인고 하니, 시게루의 엄마인 미치코와 야마쿠라의 불륜이 있었고, 그 결과 태어나게 된 아이가 '시게루'였다. 하지만 그 후 야마쿠라는 미치코를 차갑게 정리했고, 그런 야마쿠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치코는 그의 가족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시게루와 야마쿠라의 양아들 다카시를 친구로 지내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까 두려운 마음과, 유괴 사건에 빠진 혼란함이 야마쿠라를 뒤덮는다. 그런 와중에 야마쿠라는 몸값을 전달하기 위해 범인의 지시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기절하는 바람에 제 시간에 몸값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시게루는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된다.
그 후, 야마쿠라는 유괴범으로 추측되는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자기 나름대로 조사를 시작한다. 그는 바로 자신의 양자 '다카시'의 친아버지인 '미우라'였다. 하지만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던 그는 금세 풀려난다. 그에게는 강력한 알리바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종일 유명 추리소설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와 함께 있었다. 경찰에게 신뢰를 받는 탐정이자 작가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그의 철벽 같은 알리바이를 증명하고 있다.
추악한 인간, 그리고 아버지
야마쿠라는 시게루가 죽은 뒤에 아주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시게루의 죽음이 자신의 실수 때문이라는 자책과, 친아들이 죽었다는 슬픔, 그리고 동시에 묘한 안도감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시게루의 존재는 과거에 자신이 벌인 불륜의 증거였다. 부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지만, 미치코와 시게루가 가족의 곁에서 맴도는 동안, 그는 늘 불안했다. 그래서 시게루의 죽음 후에, 그는 자신조차도 인정하기 싫은 그런 안도감을 느끼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그런 자신에게 심한 자괴감을 느끼며, 그 죄책감을 씻기 위해 더욱 사건에 매달린다.
노리즈키 린타로(작가의 이름이기도 하고, 책 속 탐정의 이름이기도 하다)의 추리소설은, 이렇듯 인간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그런 추악한 감정들을 곧잘 꺼내 보여 준다. 어떻게 인간이, 혹은 부모가 이럴 수 있을까, 하는 그 불편하고 끔찍한 내면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작가의 전작 <요리코를 위해>와 상당히 닮아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오인유괴, 알리바이 공작, 밀실살인, 반전
이 소설 한 편에는 참 다양한 추리소설의 소재들이 등장한다. 유괴에서 시작해, 몸값 전달 과정, 범인의 알리바이 공작과, 그에 이어진 밀실 살인 사건, 한 차례의 인질극,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쉴 새 없이 벌어지는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을 쫓아 다다닥 달려가다 보면 어느 새 책의 끝 장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 이르기 전 독자에게 내밀어 주는 거짓 범인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 진범이 따로 있음을 훤하게 보여주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소설 초반부터 책은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소하고 노골적인 힌트들을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심증만 굳혀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에 따라, 짠! 하고 반전을 풀어 놓았을 때도, 어쩐지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은 후에야 생기는 서운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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