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속의 망상/영화 보기

당신 곁에 존재하는 중력은 무엇인가요? : [영화] 그래비티

스위벨 2013. 11. 30. 02:02
반응형

 

[영화]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출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영화 Best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는 기존의 영화가 보여준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을 곳곳에 많이 취하고 있다.

 

 

침묵의 공간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무중력의 공간.

공기가 없기에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이 드넓은 공간에 오직 3명의 인물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인 매트(조지 클루니)는 처음 등장부터 상당히 소란스럽다. 시답잖은 농담을 끊임없이 늘어놓고, 음악을 트는가 하면, 귀찮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라이언 박사(산드라블록)는 우주의 어떤 점이 좋냐는 매트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고요함.

 

딸의 죽음으로 인해 도저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운전만 했다는 그녀였다.

 

 

 

그러던 중, 폭파된 위성 파편과의 충돌 때문에 작업중인 익스플로러가 폭파되고, 라이온 박사(산드라블록)는 동료들과 떨어져 우주 속으로 홀로 떨어진다.

 

 

 

 

고요함이 좋다고 한 라이언 박사였지만, 아무것도 없는 無의 공간이 주는 두려움은 상당하다. 파편이 부딪혀 우주 정거장이 부서짐에도 아무런 소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만이 비현실적으로 존재할 뿐.

 

끊임없이 불러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아 점점 숨은 가빠오는 찰나, 수다쟁이 매트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생명줄이 된다.

 

둘이 함께 우주정거장에 도착했으나, 매트의 제트엔진의 연료도 다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결국 매트는 라이언 박사라도 살리기 위해, 라이언 박사와 자신과 연결된 끈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은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면서도 끝까지 무전을 통해, 라이언 박사에게 계속해서 지침을 내린다.

 

 

 

우여곡절 끝에 '소유즈'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착륙선?) 에 안착한 그녀. 그러나 이내 다른 문제가 닥쳐온다. 불이 발생하고, 다시금 파편들이 몰아쳐 오고... 하지만 그녀는 안간 힘을 짜내어 문제들을 해결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소유즈를 출발시키려는데, 연료가 없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실내의 산소 수치를 낮춘다. 마치 그대로 서서히 죽으려는 듯.

 

 

 

우주 속에 존재하는 중력

 

고요함이 좋다던 그녀는, 매트가 사라진 순간부터, 매트의 말소리가 사라진 그 순간부터 그녀 자신이 소리를 생산해내기 시작한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아무도 듣는 이 없는 교신을 향해 말을 하고, 혼잣말을 하듯 끊임 없이 중얼거린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 무중력 상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의 제목은 중력(그래비티)이다.

 

영화 속 배경인 우주에는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엄연히 중력이 존재한다.그것도 영화 내내.

어두컴컴한 무음의 공간에서 라이언 박사와 매트를 연결해 주던 연결선이 바로 중력이다. 매트가 라이언 박사에게 끊임없이 건네던 교신이 중력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라이언 박사를 이끈 것도 바로 그러한 관계 속에서 생성된 또 다른 중력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자신을 강력하게 잡아당기는 힘, 나와 연결된 관계, 그 사소한 모든 것이 바로 중력이 되는 것이다.

 

막막하고 어두운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우주 속에 혼자 유영하는 듯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존재할 것이다. 그 순간 떠올려야 한다. 나를 이끄는, 내 세상의 중력은 과연 무엇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