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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원의 아이 (상, 하) - 어른이 만들어낸 아이들의 슬픈 초상

스위벨 2016. 3. 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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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영원의 아이 (상, 하) 

/ 덴도 아라타 지음

 

 

    줄거리, 내용    

 

한 아동 요양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 유키, 료헤이, 쇼이치로. 그들은 한가지 고민을 앞두고 있다. '그 일'을 계획대로 실행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들도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결국 그들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건 직후, 아이들은 퇴원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뿔뿔이 흩어져 단절된 채로 살아간다.

  

십칠 년 후, 유키는 노인병동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고 늘 많은 양의 업무를 스스로 책임지며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간호한다.


료헤이는 형사가 되었다. 실력을 인정받는 형사이고 연인도 있지만, 그녀에게 묘하게 거리를 둔다. 그러면서 료헤이는 유키 모르게 늘 그녀 곁을 맴돌며 살아오고 있다.


쇼이치로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 개업했다. 사무실도 승승장구 중이다. 쇼이치로는 유키의 동생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만든다. 그리고 점점 유키 주변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십칠 년 동안 떨어져 지낸 세 명은, 성인이 되어 다시금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으로 인해, 애써 눌러두었던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

  

 

소설 영원의 아이. 그저 극단적인 상황을 그린 소설속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고 읽을 수가 없었다. 최근의 우리 사회의 상황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 속의 내용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책 '영원의 아이'의 이야기는 아동학대라는 소재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책은 단지 학대당한 아이들, 그 순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아이에게 가해진 학대의 아픔,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시간이 흘러서도 그 속에 숨기고 살아온 상처가 이 사회의 예상치 못한 곳에까지 닿아 어떠한 비극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준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어린 아이들을 최악의 선택으로 내몬 학대의 상황이 있고, 그로 인해 가지게 된 죄의식이 있다. 그들은 십 수년 후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은 과거 학대의 상처와 더불어, 자라면서 스스로 쌓아온 죄의식이 만들어낸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슬이 계속 이어진다.

  

 

책 '영원의 아이'에서 인상 깊은 시각이 있었다. 아동학대의 원인에 대해서였다.

 

몸은 커졌지만 제대로 어른이 되지는 못한 채 부모가 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으므로 삶을 제대로 꾸려나거나 부모로서의 책임을 지기가 버겁고, 여전히 응석을 부리려고만 한다. 그러나 이미 겉모습이 커버린 그들에게 응석을 부릴 대상이란 도리어 '자녀'밖에 없고, 그 응석의 결과가 '학대'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모도 사실은 잘 모르는 거겠지. 결과적으로 무엇이 행복한지....... 누구나 배운 것 이외의 일은 못 해. 아무래도 어릴 때 배우거나 환경을 통해서 익힌 걸 되풀이하게 된다는 말이야. … 그런 아이가 부모가 되었을 때, 이번에는 자신이 아이에게 사랑을 줄 힘도, 빼앗을 힘도 갖고 있으니까 그 힘을 무의식중에 휘둘러 아이를 지배하려고 하지. 그래서 아이가 말대꾸를 하거나 반항하면 화가 나는 거야. 자신을 억누를 수가 없게 되고."

 

"결국 어머니에게는 자신이 안심하고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아이가 되고 말아. 어린애로 돌아갈 수 있는 상대가 자기 자식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아이의 반항이 더욱 부조리하게 느껴지겠지."

  

 

책 '영원의 아이' 속 아이들은 절실하게 구원을 원했다. 누군가 손 내밀어 주길, 상황을 바꿀 힘이 있는 어른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아주길, 도움을 주길, 자신이 나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길.

하지만 구원의 손길은 없었고,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정 속에서 뒤틀리고 깊이 패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서도 그들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그래서 안간힘을 다해 사회에 번듯한 자리를 마련했으면서도, 그들은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는, 마지막까지 구원은 없었다.

 

"정말 멋진 어른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린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서로를 도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바로 그게 희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개의 인간에게 억지로 자립을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많은 사람을 어린아이의 세계로 퇴행시키는 결과가 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극단적인 학대 속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눈에 당장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묘한 영향을 받으며 뒤틀리게 자라나는 아이들… 모두 다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과, 그 어른들이 만들어낸 사회의 희생양일 터다.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는 헤어지지 말고 함께했어야 했어. 곁에서 늘 말해줬어야 해. 네 잘못이 아니야."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잘못을 전가하며 구실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아픈 삶 속에서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나쁜 게 아니야' 라는 말이었다는… 책 속 주인공의 대사가 참 슬프게 울린다.

 

책 영원의 아이는 말한다. 우리 사회는 고민해야 한다고. 우리는, 어른들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아이들을, 어떤 어른으로 키워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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