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책]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キャベツ炒めに捧ぐ.)
/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줄거리, 내용
작은 마을의 상점가에 위치한 아담한 반찬가게 '코코야'. 가게를 이끌어 가는 것은 60대의 세 여성이다. 사장 코코, 개업할 때부터 무려 11년간을 함께해 온 직원 마쓰코, 최연장자이지만 신입 점원인 이쿠코. 벌써 60의 나이가 넘은 이들에게는 그 세월만큼 쌓아온 삶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 표지 / 차례]
코코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전남편과 8년 전 이혼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전남편 주위를 맴돌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마쓰코는 젊은 시절 첫사랑 남자에게 느닷없이 버림을 받았다. 그 후 결혼하지 않고 쭉 홀로 살아왔다. 자신을 떠났던 첫사랑과 끈을 놓지 않고 쭉 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는 마쓰코가 조금이라도 다가갈라치면 도망가고 만다.
이쿠코는 반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 부부는 어린 아들을 잃었다. 이쿠코는 아들을 잃은 것이 남편 탓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는 남편과의 결혼생활 동안 쭉 남편을 원망해 왔다. 그런데 남편의 죽음 이후, 그녀는 자신이 남편에게 가졌던 원망과 미움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코코야의 거래처인 쌀가게에 배달 점원이 새로 온다. 쌀을 배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코코야를 찾아오는 20대 청년의 등장에, 코코야의 세 여인은 묘하게 설레며 동요하기 시작한다.
◇◆◇
주인공은 60대의 세 여인이다. 아줌마, 혹은 할머니, 그 경계 즈음에 있는 나이랄까. 요즘 세상에 완전 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의 황혼기임에 분명한 나이다. 이미 인생의 행복과 씁쓸함, 공허와 처절함을 한번쯤은 겪어온 나이면서, 아직도 살아갈 날이 꽤 남은 나이. 그렇기에 그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그리고 여전히 활기차고 설렌다.
세 인물들에게는 각기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이 아프다. 그런데 이 아줌마들은 20대 초반의 쌀 배달 청년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기(?) 시작하신다! 처음에는 이 아줌마들 주책이다 싶었는데, 이내 알게 된다. 그녀들이 쌀집 청년에게 바란 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들은 너무 잘 안다. 자신들은 그 청년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걸. 그녀들이 청년과 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장보기나 집안일 돕기, 같이 음식 먹기, 혹은 어딘가의 동행 정도다. 이는 청년과 남녀간의 사랑이나 데이트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통해 평소에 잊었던 활기를 느끼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픈 욕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바로 코코야의 요리로도 이어진다. 책은 코코야의 세 여인이 만드는 갖가지 요리들을 아주 공들여 묘사한다. 재료선택부터 만드는 과정, 그 음식에 담긴 추억과 아픔, 혹은 행복까지 담아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곧 그 음식이 삶의 이야기가 된다. 코코야의 요리는, 아픈 그녀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이자, 치유하는 과정이자, 다시 힘을 내기 위한 도구이므로.
"코코는 요리를 할 줄 알아서 다행이라고 절실히 생각했다. 혹은 먹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생물이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뭔가를 먹기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이 문장이, 책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맛깔 나는 요리들과 버무려진 인물들의 삶. 때로는 눈물겹고, 아직도 고민이 많고, 쓰디쓴 순간을 맛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금 먹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아 있고, 또 살아가야 하니까.
[소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 모든 것은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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