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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눈물겹게 구차하고, 시리도록 눈부신. (혜리, 고경표, 류준열)

스위벨 2015. 11.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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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 

5회. 월동준비

 


/ TVN, 금토 드라마

/ 신원호 연출, 이우정 극본

 


오늘도 응답하라1988은 여느 때처럼 개그로 시작했다. 지병인 '식곤증'으로 인해 냅다 침 흘리고 자는 덕선(혜리)이와, 엄마 라미란의 부재를 틈타 자유를 꿈꾸는 김씨네 3부자.

  

 

그러나 이내 곧, 드라마는 눈물을 쭉 뽑아냈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선우(고경표)의 엄마 선영은 악담을 퍼부어대는 시어머니를 마주했다. 아들 죽은 것이 며느리 탓이라 여기는 그 시절의 독한 시어머니. 그녀가 찾아와 또 다시 독한 말을 쏟아 내도, 선우 엄마는 잘 버텼다. 예전처럼 바보처럼 당하고 있지만 않고, 내 자식 내가 잘 건사할 테니 앞으로는 찾아오지 마시라 큰소리도 쳤다.

  

 

그렇게 잘 버티던 선영이 정작 눈물을 쏟은 곳은 다른 데였다. 친정 엄마가 온다는 소식에, 혹시 없는 살림을 눈치챌까 싶어 미란네서 쌀이며 연탄이며, 화장품들을 몽땅 빌려다 집 안에 두었다. 그렇게 잘 속였다 싶었는데, 엄마는 가는 길에 딸 몰래 돈 3만원을 두고 갔다. 우리 딸 옷이라도 한 벌 사 입으라며.

  

 

친정엄마와의 전화 통화에서 결국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남편이 없어도 늘 밝고, 골목의 누구보다 흥겹고, 아줌마들과의 음담패설로 큰 웃음 주던 그녀가, 그저 아이처럼 엉엉 목놓아 울었다. 자신의 '엄마'를 부르며.

 

자기는 못 입어도 아이들은 넉넉하게 먹이고, 자신은 구멍 난 양말을 신어도 부끄럽지 않다던 그녀.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부른 '엄마'라는 한 단어에는 그 동안 차마 말하지 못한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그뿐이던가. 데모하던 딸 보라(류혜영)가 경찰에 잡혀갈 위기에 처하자, 엄마 일화는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구구절절 읊어댄다. 보라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딸인지, 얼마나 착한 딸인지, 얼마나 귀한 나의 딸인지. 남들 보기에 창피할 정도로 구차하고 보잘것없는 그것들이, 엄마 일화에게는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것들인지… 자존심 따위 없이, 그저 딸을 위해 힘이 세지는 엄마가 되어서 말이다.

 

아빠 성동일의 호통에도 자신의 행동은 잘못이 아니라며 결코 '잘못했다'하지 않던 보라였다. 하지만 그런 엄마를 보며 보라는 처음으로 '잘못했다' 말한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엄마, 엄마, 엄마… TV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자식이 나를 필요로 해야 억척스런 힘이 생기고, 자존심 따위는 언제든 내려놓을 만큼 강하고, 그래서 내 자식 위하는 일이라면 꿋꿋한, 그 구구절절한 사랑이 목까지 가득 차 올라서.

그 시절 쌍문동 골목의 엄마들이 그랬듯, 공간과 시간은 변해도 마음만은 다르지 않을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눈물겹게 구차하고, 시리도록 눈부신.

 

덧, 공부는 못할지라도 동룡(이동휘)이는 참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정환(류준열)이네 아빠 김성균의 마음이 다쳤을 때도, 엄마 라미란이 서운할 때도, 동룡이는 그 이유를 쏙쏙 다 알고 조언해 준다. 다만, 정작 한 집에 사는 학주 아빠의 마음만 모르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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