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
8회, 따뜻한 말 한마디
: 응답하라가 보여주는 '함께'의 가치
/ TVN, 금토 드라마
/ 신원호 연출, 이우정 외 극본
/ 혜리, 고경표, 박보검, 류준열, 성동일, 이일화 출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한 회에 꼭 한번씩은 콧잔등을 짠하게 만들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1997, 1994를 거쳐 1988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 속에 재미와 함께 공감, 그리고 감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은 바로 '결핍'으로부터 시작된다.
응답하라 시리즈에는 꼭 무언가 '결핍'이 존재한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성동일 이일화 부부가 큰딸을 잃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고, 서인국 형제에게는 부모님의 부재가 있었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성동일 부부의 큰아들은 죽은 것으로 설정되었고, 칠봉이에게는 이혼한 부모님의 빈자리가, 도희에게는 말 못하는 엄마가, 서울 학교에 다니느라 집을 떠나온 아이들에게는 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핍은 가족의 이야기가 더 커진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극대화되었다. 선우(고경표)는 아빠가 돌아가셨고, 택(박보검)이는 어려서 엄마를 잃었다. 그리고 덕선(혜리)이네는 경제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던 부잣집, 라미란 김성균의 가족에게도 큰아들 정봉(안재홍)의 심장병이라는 아픔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러한 결핍은 곧 '응답하라'가 하려는 이야기가 된다. 아빠 없는 진주에게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크리스마스의 산타가 되어주려 하고, 골목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이 먹고 뒹굴며 큰다. 엄마의 부재로 초라했던 밥상을 마주했던 택이네는, 온 동네 사람들이 나누어 준 반찬으로 한 상 거하게 차려진다.
오늘도 그랬다. 질 나쁜 여자아이에게 둘러싸여 난처해하는 동생 노을(최성원)이의 눈물을 알아챈 누나 성덕선(혜리). 그녀는 막무가내로 몸을 날렸고, 서로 머리채 붙들고 싸운 끝에 경찰서에 잡혀가기까지 했다.
이어 부모님이 호출되어 왔을 때, 엄마 이일화는 누가 내 딸을 이랬냐며 큰소리쳤고, 이어 싸운 아이의 '언니'가 등장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동생이 맘을 못 잡아 그랬다며,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본 일화는 언제 큰소리 쳤냐는 듯이 덩달아 미안하다 사과했다.
그리고 밥 먹으러 가자며 자신의 집으로 자매를 데리고 간 성동일과 이일화 부부. 성동일은 이내 자기 아이 나무라듯 머리 꼴이 뭐냐며 꾸짖었고, 일주일 후에 검사할 테니 제대로 해 놓으라 말했다. 그 말에 늘 어깃장만 놓던 아이는 알았다고, 그렇게 하겠다 대답했다.
언제 싸웠냐는 듯 우리 집에 밥 먹으러 가자고 먼저 손 내밀고, 머리 탈색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덕선이의 모습도, 딱 그 부모님의 딸이구나 싶었다.
드라마에는 늘 갈등이 존재한다. 응답하라 1988에도 늘 문제는 있다. 이 집이고 저 집이고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며 피로하지 않다. 왜냐면 응답하라의 인물들은 늘 '사람'이기 때문이다. 쌍문동 골목의 가장 '미친X'로 통하는 '성보라(류혜영)'도, 오늘 등장했던 싸가지 없는 의사 선생도, 마음 속에는 늘 '인간'이 있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인간에 대한 선의가 있고, 이해가 있다.
드라마에서 보통 '결핍'은 인물의 약점이 된다. 악으로 변모하는 이유가 되고, 남들을 짓밟고 까지 올라서려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결핍'을 끌어안는다. 누군가의 결핍을 이해하고, 아픔을 느끼고, 함께 공유하게 한다. 그러한 과정의 결과가 바로 드라마 응답하라가 매회 보여주는 '감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결핍이 '약점'이 되지 않는 세상. 오히려 '이해'를 통해 '감동'이 되는 매일매일의 이야기들. 응답하라 1988이 보여주는 쌍문동 골목이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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