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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영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다.

스위벨 2013. 12. 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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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속자들] 영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다.

 

 

탄이 엄마(김성령)는 드디어 그 집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무서운 '회장님'은 그마저도 허락치 않고 미국으로 쫓아 보내려 한다. 탄이 엄마는 미국으로 쫓겨 가지 않기 위해, 가드들을 피해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도망을 친다. 잘못하다간 아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이국으로 쫓겨날 상황이 다급하게 펼쳐진다.

 

도망친 그녀는 학교 앞으로 와서 아들 탄이(이민호)를 찾는다. 하지만 무서운 이사장님이 버티고 있는 학교 안으로는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러던 중에 탄이 엄마는 마침 차에서 내리던 영도(김우빈)를 만난다.

 

과거와 똑같다. 영도 엄마가 도망치기 전, 영도의 학교 앞에 와서 영도를 찾았고, 마침 학교 앞에서 탄이를 만났다. 그러나 그때 탄이는 영도와 한참 안 좋은 시기였기에 영도를 데리러 가는 것을 잠시 망설였고, 영도는 또 따라오라는 탄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를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영도는 잃었다.

 

 

 

 

 

탄이의 엄마를 앞에 두고, 영도는 당연히 그 때 일을 떠올린다. 똑같은 얼굴로 다급하게 자신을 찾았을,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래서 탄이 엄마를 자기 차에 안전하게 태워두고, 탄이를 찾기 위해 뛰어 다닌다. 그것도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결국 탄이를 찾아, 그의 엄마 곁으로 보내준다.

 

영도에게 탄이는 그 순간, 사이 나빴던 친구가 아니었다. 마음이 쓰이지만, 엇나가 말 못하던 친구가 아니었다. 그 순간 탄이는, 바로 영도 자신이었다. 그리고 탄이의 엄마는 영도가 '첩'이라 비웃던 존재가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놓치고 만 안타까운 엄마였다.

그래서 영도는 마치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라도 하듯, 그리 온 학교를 휘집고 다니며 탄이를 찾고, 그들을 자기 차에 태워 보낸다.

 

그동안 영도의 마음 속에는 탄이를 향한 원망보다, 자신을 향한 응어리가 훨씬 컸다. 왜 그때 탄이를 바로 따라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무겁디 무거운 자신을 향한 원망을, 오히려 탄이를 향해 돌려야만 견딜 수 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외면한 상처는 그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단단히 굳어만 갔다.

 

이번에는 달랐다. 영도는 최선을 다해 뛰었고, 과거 자신이 놓쳐버린 그 기회를 친구에게는 찾아 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영도의 상처 어딘가, 그리고 응어리 어딘가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건드림은,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것이 아니라, 아픈 부분을 감싸 안는 건드림일 것이다.

 

이 사건은 영도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과거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좁은 마음으로 인해 엄마를 손 놓고 잃는 그 무기력함이 아니었다. 영도는 최선을 다해 뛰었고, 그 결과, 탄이의 엄마에게 탄이를 데려다 줄 수 있었다.  

이번 일이 영도에게는 큰 전환점의 기회가 될 것이다. 과거 자기 행동에 대한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친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 자기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기회일 것이다.

 

이 장면을 계기로, 영도는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드라마에 이 장면이 등장한 이유라고 해도 좋다.

이미 은상과는 마주했다. 그녀에게 뼈아픈 이별을 고함으로써 놓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그 자신을 마주할 차례다. 그리고 아마 그도 나아갈 것이다. 탄이와 은상이의 거침없는 행보처럼, 그 또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픔을 간직한 소년은, 비로소 어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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