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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속자들’ 최고의 커플은?

스위벨 2013. 12. 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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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속자들’ 속 최고의 커플은 누구?

 

 

드라마 속에 이처럼 오묘하면서도 포근하고, 유쾌하면서도 안타까운 커플이 있었나 싶다. 바로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오는, '탄이 엄마(김성령) & 은상 엄마(김미경)'로 이루어진 '엄마커플'이다.

 

그들은 재벌집 사모님과 가난한 도우미 아줌마라는 정반대의 입장 속에서도, 자기들만의 끈끈한 유대감과 연민을 바탕으로 드라마 속의 인기 커플로 등극했다. 완숙한 여배우 두 명이 펼치는 장면은, 드라마 속의 그 어떤 장면보다 코믹하고, 감동적이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이들을 드라마 <상속자들> 속 많은 커플 중에서, 단연 최고의 커플이라고 칭하고 싶다.

 

 

은상이의 엄마와 탄이 엄마는 둘 다 '못난 엄마'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은상 엄마는 은상이(박신혜)에게 버거운 가난을 물려 주었고, 탄이 엄마는 탄이(이민호)에게 평생 꼬리표가 될 '첩의 아들'이란 멍에를 물려 주었다. 그리고 그 것 때문에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상처받고, 힘들다. 그래서 그들은 그 '못난 엄마'란 자신의 처지를 너무 잘 알기에, 상대가 가진 그 약점에도 진심으로 연민을 느끼고, 공감한다.

 

 

 

은상이 엄마는 탄이 엄마의 와인잔을 큰아들 몰래 감추어 준다. 그리고 사모님의 비밀을 이용해 협박은 할지언정, 타인에게는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의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탄이 엄마는 은상이 엄마의 협박에 (본의는 어찌되었든) 어설프게 이용당해준다든지, 말 못하는 은상이 엄마의 전화를 대신 받아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간혹 미운 말을 하긴 하지만, 악의가 있지는 않다. 그저 철이 없을뿐.

 

서로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기에, 그들의 관계는 얼핏 보면 그렇게 연합전선인 듯 하지만, 결코 그들이 같은 편일 수 없다. 그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식'이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상대에게 가진 공감과 연민을 대 놓고 드러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적일 수도 없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은상이 엄마는 마치 애인을 남겨두고 떠나듯,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한다는 내용을 빼곡히 적어 내리며 인수인계를 준비한다. 그런 은상엄마를 보는 탄이 엄마는, 자신은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떠나려 하냐며 타박이다. '일하는 아줌마'를 내보내면서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한단다. 그리고 일하는 아줌마에게 '딴 사모랑 어디까지 갔냐'며 폭풍 질투심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 동안 탄이 엄마에게 은상 엄마는, 그 대궐 같은 집에서 눈치보지 않고 자기 속내를 털어놓을 단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인, 말하지 못함이 오히려 고마워지는 한 사람이었다.

반대로 은상 엄마에게 탄이 엄마는, 고고한 척하는 사모님이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곧 드러내는 어설픔을 장착하고 있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한 사람이었다. 오히려 못난 자신이 보듬어 줄 수 있어 어쩐지 정이 가는 철부지 사모님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 둘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지 않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탄이 엄마는 은상이 엄마에게 협박의 기술을 배우기라도 한듯, 라헬이와의 약혼을 직접 파기하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탄이 엄마의 길을 걷기로 작정했다. 기존의 돈 많은 사모님들이 그러하듯, 은상이를 불러다 스파이 짓을 시키고, 자기 아들 만나지 말라 협박은 하지만, 그 수준이 가히 귀엽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녀는 그 무엇보다 아들 탄이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진짜 엄마다.

앞으로 펼쳐질 은상이(박신혜)와 탄이(이민호)의 요동치는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 이때, 탄이 엄마에게 살포시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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