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여름의 방정식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줄거리
바쁜 엄마 아빠를 둔 초등학교 5학년생 '교헤이'. 여름방학이지만 부모님은 출장을 가게 되고, 그 동안 교헤이는 고모가 있는 '하리가우라'로 지내러 가게 된다. 고모네 가족은 쇠퇴해가는 바닷가 관광지인 '하리가우라'라는 지역에서 '로쿠간소(녹색 바위 여관)'라는 이름의 낡은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혼자 기차를 타고 가던 교헤이는 물리학 교수인 유가와를 만나 작은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교헤이를 통해 로쿠간소 여관에 대해 알게 된 유가와는, 일이 끝날 때까지 그곳에 머무르기로 한다.
두 사람이 여관에 도착한 날, 또 한 사람의 손님이 여관에 당도한다. 그의 이름은 '쓰카하라 마사쓰구'로, 60이 넘은 나이의 남자다. 그런데 밤에 나간 그는, 다음 날 아침 바닷가 바위 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지역 경찰은 술을 마시고 실족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단순 사고사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러나 부검 결과, 그는 추락이 아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한 여름의 방정식>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리레오 시리즈' 중에서 총 6번 째, 장편소설로는 3번째 작품이다. '탐정 갈릴레오'란 물리학자인 '유가와' 교수의 별명이다. 그는 천재 물리학자이면서, 사람을 보는 관찰력도 뛰어나 경찰의 사건에 도움을 주곤 한다. 그가 등장한 다른 장편소설로는 <성녀의 구제>, <용의자 X의 헌신>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에서, 유가와 교수는 논리적인 사건 담당이다. 물리학자인 그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추론을 보여준다. 그래서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는 논리정연한 알리바이와 살해 트릭이 꼭 등장한다. 트릭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져 진실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차근차근 하나씩 허물어 가는 방식이다.
때문에 갈릴레오 시리즈에서는 소설이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범인을 오픈 한다. 그 다음에는, 실행한 방법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삐딱한 초등학생과 천재 물리학자
사건의 주요 인물 중 하나는 초등학생 '교헤이'다. 그는 별로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당히 삐딱한 초등학생이다.
유가와 교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마음 속은 그렇지 않지만, 겉보기에는 다소 메말라 보이는 편이랄까. 그런데 그가 '교헤이'에게는 참 여러 가지를 해 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물 로켓을 쏘아 올려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는가 하면, 대화를 하며 과학적 지식을 알려 주기도 하고, 수학을 가르쳐 주며 방학숙제를 돕기도 한다. 그 시간을 통해 교헤이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그가 '교헤이'를 대하는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유가와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끌려 들어간 한 소년이, 혹시 그 일로 큰 상처를 입게 될까 봐 내내 함께 고민하며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인 '한 여름의 방정식'은, 유가와 교수가 풀어야 했던 사건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초등학생인 '교헤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문제를 뜻하기도 한다.
"어떤 문제라도 반드시 해답은 있어. 하지만 해답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인생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한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해답을 찾아내려면 네 자신이 성숙해져야 해."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
사건은 결국 해결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아쉬웠고, 무언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사건에서, 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실수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누군가의 고의였다. 하지만 이를 뻔히 아는 유가와 교수, 도쿄의 경찰들은 그냥 실수인 것으로 덮고 가려고 한다.
자신의 행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한, 초등학생 '교헤이'를 위해서 라는 것이 그 이유다. 누군가의 실수가 아닌 고의적 살인인 것을 밝히려면, '교헤이'가 한 일도 같이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사람의 죽음을, 단순 사고와 실수쯤으로 덮어두고 가도 되는 것일까? 죽은 피해자는 단지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누군가를 고의로 살해한 것과, 업무상 과실치사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살인을 했다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그들이 보호하고 싶다는 초등학생 교헤이는 이미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결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2013년에 개봉했다. 주연 '유가와' 역을 맡은 배우는 '후쿠야마 마사하루'다. 이미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연을 맡아왔던 배우다. 그는 이 영화로 요코하마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소설의 배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인 만큼, 영상으로 보아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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