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줄거리
추리소설가이자 탐정으로 활약하고 있는 노리즈키 린타로. 그는 후배의 사진 전시회에 갔다가 '가와시마 에치카'라는 이름의 여대생을 만난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명 조각가로 이름 높은 '가와시마 이사쿠'다. 그를 유명 조각가로 만든 것은 바로 '라이프 캐스팅'이라 불리는 기법이다. 이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직접 석고를 발라 본뜬 조각을 이어 붙여,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약점이 있다. 얼굴을 뜰 때, 모델은 반드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라이프캐스팅 기법으로 만든 조각상은 항상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한계 때문에, '가와시마 이사쿠'는 한동안 라이프 캐스팅에서 손을 놓고 은거했다. 그러나 얼마 전 받은 암 수술 이후 친딸인 에리카를 모델로 삼아 다시 한번 라이프캐스팅 석고상을 제작하였고, 이는 곧 열릴 개인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개인전이 열리기 전, 석고상을 완성한 그는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하지만 바로 그 직후, 그가 딸을 모델로 만든 조각상의 머리가 잘려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경찰의 개입을 꺼린 유족 측은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사건을 부탁한다.
마치 에치카를 향한 범죄를 암시하는 듯한, 머리 잘린 조각상.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사건이 에치카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지만, 그 와중에 에치카마저 실종되어 사라진다.
사소한 오해와 탐욕이 빚어낸 형상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소재는 바로 '조각'이다. 그 중에서도 '라이프 캐스팅'이라 불리는 다소 생소한 분야다. 사람의 몸에 직접 석고를 대고 본을 떠 내는 작품이기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 조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방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얼굴을 석고로 떠 낼 때, 모델은 항상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그 점을 아주 중요한 소재이자 단서로 사용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그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게 나타난다. 그와 함께, 단어 하나가 불러일으킨 인물 사이의 오해, 누군가 품은 의도적이고 끔찍한 악의,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진실, 한 예술가가 가진 예술에 대한 지나친 욕망 등이 마구잡이로 뒤엉켜, 결국 또 하나의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언어의 차이가 가져온 한계
책 속에서 제일 처음 인물들 간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그 한 단어는, 번역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어 단어이다. 우리나라 말로 딱 대치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어 하나 때문에 소설이 주는 완성도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언어의 다름이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한계다.)
나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조금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우리나라 단어로 번역된 글을 읽고 있자니, 작가가 다소 상황을 얼렁뚱땅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을 읽고, 그리고 그 일본어 단어의 쓰임을 이해하고 나자 작가의 그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혹시 그 단어가 무엇인지 자세히 쓴다면, 아마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에 그저 단어라고만 밝혀둔다.)
◇◆◇
제목이 주는 임펙트가 상당하다. '잘린 머리'라니. 섬뜩하고 불길한 그 제목에 나는 이 책을 골라잡는데 아주 잠깐을 망설여야 했다.
대체로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은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고 편하다. 뭐든 뚝딱뚝딱 해결해내는 그런 비범한 능력을 가진 탐정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가 밝혀낸 사건의 전말은 참으로 추악하기 그지없다. 그 중에는 대체로 남녀관계를 둘러싼 커다란 비밀이 존재하는데, 그 진실은 참으로 충격적이고 불편하다.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내민다.) 그리고 이 소설도 역시 그렇다
이런저런 상을 받으며 극찬을 받은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내 느낌을 말하자면, 사용한 소재가 신선하기는 했지만, 너무 자극적으로만 흘러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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