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히가시가와 도쿠야
: 무거운 미스테리는 No! 가볍고 산뜻한 추리물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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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야, 그런 소리까지 하기냐, 이 폭언 집사!"
주인공은 재벌가의 귀한 아가씨로 국립경찰 신참 형사, 호쇼 레이코. 하지만 사건 해결은 호쇼가의 전속 기사이자 집사인 가게야마에게 맡겨라!
미궁에 빠진 사건 때문에 고민하는 아가씨에게 독설을 사정없이 날리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사건의 해결은 형사가? NO!
이 소설 속의 형사는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른 소설 속 형사들은 모두 민감한 촉이며 과학적인 두뇌는 기본 장착인데 반해, 주임형사고 여형사고 도통 어떻게 형사라는 직업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이없는 추리 유전자를 지녔다.
그 와중에 참으로 다행인 건, 재벌가 아가씨라서 사건 해결에 탁월한 유능한 집사를 두었다는 것. 그렇기에 늘 집사로부터 "아가씨는 멍청이십니까?" 등등의 독설을 들으면서도 그를 해고하지 못한다. "해결하지 마세요. 추리는 집사에게 양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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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만 짚는 주제에 늘 잘난 척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주임 형사 |
원래는 프로야구 선수나 탐정이 되고 싶었다며 걸핏하면 독설을 일삼는 집사 |
유능한 형사가 되고 싶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천방지축 재벌 2세 여형사 |
주변 상황은 간결하게! 요소요소만 톡톡!
보통의 추리 소설에서는 사건의 원인과 그 주변을 넓게 잡고 점점 좁혀가는 방법을 쓴다. 감질나게 조금조금씩 보여주며 독자에게 힌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라는 제목처럼 '자, 문제를 낼게 맞춰봐!' 하는 기분이다. 짧은 사건 하나의 주변상황을 죽 보여주고, 주임형사가 헛다리 짚는 장면 조금, 여형사 호쇼의 고민을 조금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는 늘상 집사의 독설과 함께 속시원한 풀이가 이어진다. "짠, 수수께끼의 답은 이겁니다!" 하면서.
그리고 나면 인물의 후담이나, 또는 사건의 정리나 마무리 없이, 집사의 추리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여형사 호쇼가 "오, 그렇군!" 하는 걸 마지막으로 말이다. 정말 심플하고 쿨하지 아니한가!
어두운 건 싫어! 끊이지 않는 유머
이 소설의 주요 인물 3명은 보통 소설 속의 인물 설정과는 다르다. 영락없는 졸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임형사. 외제차 타고 늘상 호쇼에게 자기 재력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이다. 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자기가 밝혀낸 위대한 사실인냥 떠들어댄다.
여형사 호쇼는? 주임형사가 허당이면 보통 그 아래 다른 형사 하나는 또릿또릿한 인물이어야 할 텐데, 호쇼도 별다르지 않다. 주임형사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비아냥거리지만, 그건 모두 호쇼의 속마음일 뿐이다. 왜? 그래도 윗사람이니까.
형사들이 이렇다 보니, 그 공백은 메울 인물은 바로 집사다. 집사라 하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떠오르는데, 여기는 30대의 젊고 유능한 집사가 등장한다. 호쇼를 향해 독설을 날릴 때나, 의뭉스럽게 '아가씨는 정말 모르십니까?' 할 때는 그렇게 얄미울 수 없다. 왜 집사를 하고 있는지 모를 미스터리한 인물로, 이 소설 속 가장 큰 수수께끼이다.
이렇게 범상치 않은 인물군이다 보니, 이 속에서 생겨나는 유머가 시종일관 명랑함을 유지한다. 사건의 진지함에 빠져들라 치면, 이 셋 중에 하나가 툭 치고 나온다. 좀처럼 우울해질래야 우울할 수 없는, 일본 영화 등에서 많이 보여주는 황당함의 유머가 책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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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잔인한 살인과 치정, 복수 등의 문제 발생이 필수인 추리소설은, 그렇기에 늘 어딘가 어둡고 음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는 이런 추리소설의 기존 분위기를 확 뒤집는다. 내내 유쾌하고 명랑하고 가뿐하다.
이 책을 보는 동안의 내 느낌은 마치 '명탐정 코난을 보는 것 같아!' 였다. 마치 만화책을 읽듯 술술 읽히면서도 추리의 매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다만, 유쾌하고 산뜻하게 엮어가다 보니, 자칫 그 가벼움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추리 소설이 잔인해서 싫었던 사람, 우울한 무게를 느끼고 싶지 않은 사람, 명탐정 코난과 같은 추리 만화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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