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점과 선 – 마츠모토 세이초
일본 사회파 추리 소설의 거장 이라고 불리는 마츠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이다. 마츠모토 세이토의 소설은 현재 일본 사회파 추리 소설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현재 사회파 추리 소설 작가로 톡톡히 자리매김 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도 이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의문의 시작
일본 OO성이 한참 비리와 얽혀 전 사회적으로 시끌시끌한 시기. OO성의 실무자격인 과장 대리 '사야마'와 요정의 종업원인 '오토키'가 함께 죽은 시체가, 후쿠오카 해변에서 발견된다. 시체는 마치 껴안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고, 두 사람 옆에는 청산가리가 든 음료수 병이 발견 되었다. 애정과 얽힌 두 남녀의 죽음, 사건은 금새 연인의 동반 자살로 결론이 난다.
하지만, 후쿠오카 경찰서의 '도리카이 준타로'는 뭔가 미심쩍은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사야마'의 소지품 중에서, 기차 식당칸의 1인 영수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연인이 동반자살을 하러 함께 기차를 타고 오는데, 남자만 혼자 식당칸에서 밥을 먹었다? 사건은 너무 당연하게 종결되지만, 도리카이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
그들은 정말 함께 기차를 타고 후쿠오카로 온 것일까?
그들은 정말 연인 사이였을까?
그들은 정말 함께 동반자살한 것일까?
맞춰지지 않는 퍼즐
뭔가 미심쩍은 마음을 버리지 못할 무렵, 도쿄 경시청에서 '미하라 기이치'경위가 찾아온다. 도리카이는 자신이 느낀 의문을 솔직히 말하고, 그때부터는 '미하라' 경위의 수사가 시작된다.
그가 의심을 품은 건, 사업가 '야쓰다 다쓰오'다. 사업가인 그는 OO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하필이면 그가 죽은 사야마와 오토키가 기차를 타던 장면의 목격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날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그는 아픈 부인이 있는 삿포로에 간 것이 확인이 되었다. 사건 현장과는 정 반대의 지역이다. 기차에서의 목격자는 물론, 그날 배를 탄 승선 확인서까지 명확하다.
도저히 불가능한 범죄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하라 경위의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가고, 그의 철통같은 알리바이의 비밀을 깨기 위한 조사가 시작된다.
퍼즐의 조각 찾기
이 소설은 '알리바이 깨기'라는 단어로 명확히 요약된다. '야쓰다 다쓰오'의 알리바이 깨기가 소설 전체의 목적이자 과정인 것이다. 때문에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독자는 '야쓰다 다쓰오'가 범인인 것을 너무 명확히 알 수 있다. 심지어 작가는 소설 중간중간 범인일까,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그 어떤 장치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설 처음부터 범인을 알면서 보는 것이다. 그냥 딱, 그 사람이 범인인 것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재미는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도대체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가'가 된다. 머리 좋은 범인과 형사가 펼치는 두뇌 싸움인 것이다. 작가는 그를 위해 소설 전반을 관통하는 참신한 트릭을 공들여 만들어 놓았다.
추리 소설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너무 명확한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초반부터 독자에게 뒷장을 오픈해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만큼 트릭에 자신이 없지 않았다면, 작가는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 트릭의 비밀이 소설 전체의 긴장감과 재미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면 말이다.
점과 선
결국 미하라 경위가 찾은 진실은 바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점과 선'이다. 보통 두 점이 아주 가까이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두 점 사이에 자연스레 선을 긋고 만다. 그리고 각각의 두 점이 아니라, 연결된 하나의 선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사실은 각각 떨어져 있는 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약 지도에 길이 그려져 있는데, 길의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뚤려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구멍 양쪽에는 구멍 안에부터 뻗어난 길이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보통 하나의 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실 하나의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중간에 절벽이 있어 뚝 뚤어진 두 개의 길일 수도 있고, 아예 막다른 길 두 개가 공교롭게도 가까이 붙어있을 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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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흔히 느끼는 추리 소설에서의 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단지 궁금했을 뿐이다. 범인은 어떤 방법을 썼을까. 물론 기차와 관련된 트릭이겠지.. 하면서. 그리고 슬슬 트릭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와 머리 좋다' 정도의 감탄이었을까?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소설의 단행본 발표시기가 1958년이라는 것이다. 워낙 추리소설이 많아지고, 이런 저런 트릭이 넘쳐나고, 보통 자극적인 건 별로 놀랍지도 않은 오늘날이 아니라, 무려 50년 이상 된 소설에서 이런 트릭을 쓰고 있다는 것은 실은 엄청난 것이리라. 그걸 생각하면, 이 소설이 당시에 얼마나 신선하고 감탄스러웠을지 아주 조금은 짐작이 간다.
오싹한 추리소설이나 감추어진 범인 찾기가 아니라, 정교하고 미세하게 짜맞추어진 트릭 풀기가 목적인 똑똑한 추리 소설이다.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듯 그 비밀을 풀어가며 답을 맞추어 가는 과정을 즐기며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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