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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준의 행복한 꿈, 단지 꿈일까? [별에서 온 그대]

스위벨 2014. 1. 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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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의 행복한 꿈, 단지 꿈일까?

 

 

어제의 별그대는 조금은 슬프게 막을 내렸다. 에필로그 속 도민준(김수현)의 애절한 눈물과 함께 말이다.

이제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까지 2달이라는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무려 400년을 기다려 온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짧은 시간을 앞두고, 사랑을 만났다. 400년간 외로웠던 그는, 이제 사랑과 이별을 함께 앞두고 있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만다는 열렬한 운명론자 도민준은, 어제 사고를 당했다. 도민준은 그 장면을 미리 보았음에도 그 장소에 천송이(전지현)를 위해 나갔다. 천송이를 사랑하는 남자의 선택이었다. 그는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기가 초능력을 통해 미리 본 사건임에도 어찌된 것인지 외계인으로서의 능력을 전혀 발휘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그의 그 단언처럼 말이다.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그는 행복한 꿈을 꾸었다. 가지 말라는 천송이의 목소리에 어딘가로 떠나려던 그는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삶을 꾸리는 아주 예쁜 꿈을 꾸었다. 꿈속 그들은 일상을 공유하며,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여전히 옥신각신하며 살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만류하는 장변호사에게 눈물로 고백한다. 왜 안 되는 것이냐고, 그녀를 사랑하는데, 이렇게 그녀가 보고 싶은데 왜 안 되는 것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이미 결정된 듯 하다. 비록 꿈 속에서였지만, 어딘가 멀리 가려던 도민준은 천송이의 목소리에 냉큼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정신이 혼미한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천송이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오로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말이다. 이는 현재 도민준의 선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려는 그와 잡으려는 천송이, 결국 도민준이 천송이의 옆을 택하게 된다는, 직접적이고 강렬한 암시.

 

 

도민준은 모든 걸 자신이 떠안고 천송이의 곁을 떠나는 선택을 하려 한다. 자신의 특수한 정체가 이재경(신성록)에게 거의 드러난 상황에서 천송이가 최대한 안전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 말미, 도민준은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혔다. 결코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위협적인 대사와 함께. 물론 오늘의 천송이는 기겁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도 사랑이다. 한번 질주하기 시작한 사랑은, 웬만한 방해요소들로는 도무지 멈추어 지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한번 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으로, 23층 베란다 난간에 올라서는 무지막지한 모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 많은 궁금증에도, 그가 살아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다 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모든 사실을 알고도 천송이는 당연히 도민준을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넘어야 할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도민준 이미 외계인으로서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모른다. 그가 가장 약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도민준과 천송이는 최악의 위협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는 '운명'을 단언한다. (단언컨데!) 도민준의 대사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와 그가 초능력으로 보는 상황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점은 그 운명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도민준과 천송이는 운명적 사랑이다. 전생에서 이미 죽음으로 사랑을 지킨 천송이에게, 다시 한번 잔인한 운명이 드리울 것 같지는 않다.

 

도민준은 꿈을 통해서나마 천송이와 함께하는 삶을 경험했고, 그것이 너무나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꿈은, 이제 앞으로 그들이 이뤄야 할 목표가 되었다. 도민준이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할 때, 운명은 그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운명이란 그렇게 늘 얄궂고 심술 맞지만, 그러나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하는 이의 강렬한 바람에 비로소 응답해 주는 법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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