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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세이] 최초의 한입 - 당신의 기억 속 최초의 한입은? (마스다 미리)

스위벨 2016. 8. 1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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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최초의 한입 

 

/ 마스다 미리 지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는 "완전 맛있어!" 소리가 절로 나는 먹거리와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아직 인생의 경험치가 낮았던 탓도 있겠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과 비교하면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과자와 음료수의 종류가 적었고, 나오는 신상품은 항상 신기했다.

이 책에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처음 만난 '맛'들을 어떻게 느꼈는지 써 보기로 했다." 

(책, 최초의 한입 中)

 

이런저런 에세이를 많이 선보여온 작가, 마스다 미리. 그녀가 이번에 하는 이야기는 ''이다. 바로 이런 저런 '음식'들. 작가가 자신이 처음 만난 새로운 맛들, 그것에 대한 추억의 감상들을 다시 떠올린다.

 

책은 크게 다음의 4부분으로 나누어 있다

 

과자 과자 과자 / 음료의 이것저것 / 단품요리의 존재감 / 약간의 사치

 

슈퍼에서 파는 각종 과자, 아이스크림에 식당의 요리, 카페의 생소한 디저트까지.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 동안 겪었던, 새로운 음식을 접했을 때의 추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낯설지만 기대되는 '최초의 한입'.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설레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그런 기분. 아마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자연스럽게 나의 '최초의 한입'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지만, 너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작가가 '일본인'인 지라, 그녀의 추억 속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나는 잘 모른다는 것. 나도 아는 추억 속 그 제품이었다면 몇 배는 더 설레며 읽었을 텐데, 그녀가 책에 써 놓은 것을 읽고, 아, 우리나라의 무엇과 비슷한 제품이겠다.. 하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가 가진 '최초의 한입'을 떠올려 본다. 뭐가 있을까..

 

그래, 우선은 곰모양 젤리다! 나의 유치원 시절, 지금의 '하리X'와 똑 닮은 모양의 곰젤리가 있었다. 모양은 똑 닮았지만 훨씬 부드러운 식감의 젤리. 그 시절의 가격은 200원. 이름은 꼬마곰 젤리.

아주 꼬꼬마 시절, 이제껏 먹어봤던 과자, 혹은 그 시절 젤리라고는 유일했던 '제리뽀'와도 확연히 다른 그 달콤쫄깃한 맛에 반했더랬다. 그 당시 엄마가 과자 사먹으라고 100원씩 주곤 했는데, 200원을 주신 날이면 신이 나서 골목 어귀의 슈퍼로 뛰어가곤 했다.

 

그 다음은, '미니쉘'이다. 지금도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바로 그 초콜렛. 기억하기론,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엔가 처음 출시되었다. 초콜렛이라고는 허쉬니, 가나니 하는, 지금의 네모 반듯한 그 기본 모양의 판 초콜렛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 미니쉘은 한마디로 센세이션했다!

어느 날 학교에 갔는데 같은 반 여자 아이가 '속에서 딸기맛이 나는 초콜렛을 먹었어!'하고 자랑했다. 나는 그 후로도 얼마간이나 있다가 처음 먹어볼 수 있었는데, 속에 무언가 들은 초콜렛이 꽤나 신기했다. (아.. 옛날 사람..)



그 후로 중학교 1학년 무렵의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최초의 한입은 '민트 초코칩!' 지금도 절찬 판매중인, 31가지의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그 가게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란 게 동네에 처음이던 시절, 가뜩이나 낯선 아이스크림 가게의, 너무도 낯선 아이스크림.

지금도 '치약맛 아이스크림'으로 불리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치약맛이 나! 근데 맛있어!' 하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꽤 가격이 나갔던 그 아이스크림. 그래서 친구들과 용돈을 털어 기껏 싱글콘 하나씩 사먹고도 굉장히 사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더랬다.

 

그 후로도 샤브샤브, 아이스크림 얹은 와플, 치즈케이크, 밀크티 등이 내 최초의 한입에 관한 추억을 이루게 되었다.

  


후훗, 그래. 작가가 이야기하는 일본 제품을 잘 몰라도 그 기분이 너무 잘 이해되는 건, 이렇게 나에게도 '최초의 한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최초의 한입'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리워지는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덩달아 나의 추억이 술술 따라 나온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굉장히 그립고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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