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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의사가 된 한재준 VS 꼭두각시가 된 박훈

스위벨 2014. 6. 1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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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닥터 이방인

: 진짜 의사가 된 한재준 VS 차베르의 꼭두각시가 된 박훈

 

 


명우병원의 이사장은 의료사고를 덮으려 했다. 한재준(박해진)의 아버지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병원은 의료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환자를 방치했다.


그래서 박훈(이종석)은 그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서, 2차 경합의 환자로 정하겠노라 주장했다. 2차 경합은 박훈이 원하는 환자로 하겠다는 사전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사장은 그의 요구대로 해당 환자로 2차 경합을 하겠다 말한다. 단, 기막힌 반전 조건을 내세웠다. 그 환자를 살려내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손 대지 않고 모르는 척 하는 사람이 이기는 시합이다.

 

총리의 심장을 수술할 '의사'를 뽑는다는 경합이다. 그런데 참 모순되게도, 이사장은 '의사가 아닌 사람'을 뽑겠노라 선언한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람 목숨 살리는 의사가 아니라, 병원에 이익을 가져다 장사꾼이었다. 그것도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상도덕도 모르는 파렴치한 장사꾼.


 

복수를 위해 칼을 갈고 있는 한재준(박해진)은 당연히 그 수술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이미 한 차례 지고 있는 그는, 한번만 더 지면 아웃이기 때문이다. 총리 수술팀에서만 아웃 되는 것이 아니라, 오수연의 짝으로도, 명우병원의 후계자에서도 아웃이다.

 

그래서 한재준은 손을 놓기로 했다. 다행스러운 건 박훈(이종석)이 경쟁상대라는 것이었다. 박훈이라면 당연히 환자를 수술할 테고, 그러면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환자도 살리고 경쟁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차진수(박해준)의 협박과 한승희(진세연)의 연기력 아래, 박훈은 수술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한재준이 믿고 있던 하나의 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한재준은 자신에게 수술을 부탁하러 온 환자의 아들을 만났다. 그는 다름아닌 바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버지를 잃을 위기에 처한 자신, 아버지를 잃고 복수의 칼날을 품은 자신.

 

복수를 하겠다는 이유로 자신과 같은 희생자를 또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 또한 이사장과 다를 바 없어진다. 그래서 결국 그는 복수의 칼을 놓고, 대신 메스를 들고 수술대 앞에 섰다. 명우병원에서의 마지막 수술이 될 거란 걸 알고서도 말이다.


   


그에 반해 박훈은 결국 의사이길 포기하고 송재희를 선택했다. 이제껏 그가 살아있는 모든 이유가 송재희인 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마지막에 수술방에 들어서기는 했으나, 그건 한재준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모양새였다.

 

그렇게 점점 박훈은 "재희야!"를 부르짖는 것 밖에 모르는, 무기력한 캐릭터로 전락해가고 있다. 차라리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수술해 달라며 한재준에게 빌기라도 했다면 오히려 이해가 갔을 텐데, 벌벌 떨며 뒷걸음질만 치는 박훈은 말 그대로 차진수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송재희라는 실에 묶여, 자신의 의지라고는 없이 차베르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그리고 그렇게 박훈이 무너질수록 시청자의 감정이입은 사라지고, 그 반사작용으로 한승희에 대한 울화통과 피로감만 점점 늘어간다. 

  

 

의사가 된 한재준은 참으로 반갑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이번 수술로 되려 많은 것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오수현(강소라)의 마음을 얻었고, 스스로 의사가 되는 선택을 함으로써 복수에 대한 명분도 획득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환자 가족을 설득해 의료소송을 진행하지 않도록 한다면, 다시 한번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그런 한재준의 적으로든, 혹은 동지로든, 꼭두각시 박훈은 재미없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박훈이 어떻게 그 손아귀에서 빠져 나와 진짜 의사로 서게 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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