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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동이] 법은 그 나라의 인격, 과연 우리 인격은?

스위벨 2014. 6. 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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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갑동이

: 법은 그 나라의 인격이다. 과연 우리 인격의 현주소는?

 

 

하무염(윤상현)은 자신이 그토록 믿고 따랐던, 그러나 살인마 갑동이로 밝혀진 차도혁(정인기)을 마주했다. 그러나 차도혁은 윤상현에게 이제 살인마의 얼굴을 드러내기로 작정한 듯이 보였다.

 

"무겁지 않았어?"

"무거웠지. 그래서,"

"내려놔 그럼."

"그래서, 버렸는데."

  

 

죄책감마저 버렸다는 갑동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짐승이었다. 하지만 공소시효란 법이 그를 체포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하무염은 차도혁이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라는 신분을 압박해, 스스로 체포에 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체포된 차도혁은, 그 본인이 허락했다는 전제 하에 48시간 동안만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48시간의 조사에 동의한 이유는 얼마든지 빠져나갈 자신이 있어서였다. 그 48시간 동안 갑동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양철곤(성동일)은 기회가 아니라 '저주'라 말하기도 했다.

  

 

형사들은 그의 공소시효를 멈출 수 있는, 숨겨진 해외 체류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딱 7일이 모자랐다. 갑동이는 그마저도 다 계산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사건의 목격자인 김재희(오마리아, 김민정)와 대면해서도 갑동이는 여유만만이었다. 심지어 오마리아를 우롱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녀는 이성을 잃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저 놈을 봐요. 마음이란 게 없는 짐승이잖아요. 심판의 시간이 주어지면 좋을 줄 알았어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 48시간이 피가 마르는 것 같아. 저놈은 저렇게 편안한데. 대체 누굴 위한 법적 안정성인데요? 대체 그 시간은 누가 정하는 건데요?"

  

 

결국 갑동이를 풀어 주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프로파일러이자 오마리아의 새아버지인 한상훈(강남길)은 결단을 내린다. 4차 사건에서 발견된 타액을 바탕으로, 자신이 그 타액의 주인이자 갑동이 공범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상훈은 해외 체류 기간이 길었기에 4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갑동이를 잡을 가능성이라도 열어 두기 위해서는, 우선 공소시효라도 멈추어야 했다. 그래서 한 사건의 범인이 잡혀 공소장이 접수된 경우, 그 공범의 시효까지 함께 멈추게 되어있는 법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제 갑동이 사건의 시효는 멈추었다. 그러나 그건 무고한 '한상훈'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스스로 유치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기에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오마리아와 그녀의 어머니는 한상훈 박사의 희생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오마리아 모녀를 위로하던 진조 스님은 이런 말을 한다.

 

"법은 그 나라의 인격입니다. 다른 나라가 다 폐지하는 인격을 우리만 유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결국 다 바뀔 겁니다."

 

법은 그 나라의 인격이라는 말, 그 말이 한동안 뇌리에 남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격이 어떤 모습이냐를 돌아보자, 오마리아의 그 피맺힌 물음이 대신 대답했다.

 

"언제, 언제가 될까요? 그 때가?"

  

 

이제 갑동이 시효는 멈추었고, 덕분에 형사들은 다시 한 번 가능성의 기회를 얻었다. 갑동이 시효를 깰 미제 사건들을 보강 조사해서,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그를 위해 오마리아는 다시 한 번 류태오(이준)를 찾았다. 류태오는 자신이 그렇게 알고 싶었던 '멈출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던 차도혁에게 넘어가, 그가 갑동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내가 알려줄까? 사형을 면하는 법? 니 영웅의 목을 물어 뜯어."

"선생님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요?"

"널 풀어줄 수도 사형대에 올릴 수도 있겠지. 제대로 시작해 보라고. 사냥개."

  

 

과연 류태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류태오는 자신 안에 품은, 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이미 깨달은 상태다. 그 때문에 사형을 면하게 해 주겠다는 오마리아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의 이들은 어떻게든 갑동이에게 죗값을 물을 것이다. 한상훈의 희생이든, 류태오와의 거래든, 아니면 하무염의 희생이 따르든, 말 그대로 영혼까지 팔아서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우리 인격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참 마음이 무겁다. 정의를 추구하는 자가 모든 걸 걸어 희생하지 않으면, 범죄자를 제대로 법정에 세울 수도 없는 인격. 수사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끝나지 않는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범죄자에게 부당한 면죄부를 주는 인격.

물론 상충되는 가치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려 들지 않는, 무책임한 인격이 있다.

 

그리고 그 인격을 향해 피해자의 피맺힌 외침이 울린다. "언제, 언제가 될까요? 그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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