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64 (육사)
/ 오코야마 히데오 지음
줄거리
경찰 홍보부 책임자인 '미카미'는 경무부장에게서 한 가지 소식을 듣는다. 새로 취임한 경찰 청장이 일명 64 사건의 유족을 방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64 사건은, 14년전 미제로 끝난 한 유괴 사건을 지칭한다. 미카미 또한 과거에는 형사부에 소속된 형사였기에, 그 유괴사건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살해되었고, 범인을 잡지 못한 채 14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공소시효가 끝나기까지 고작 1년이 남았다.
미카미는 경찰청장 방문에 대한 동의를 얻고자 유족을 찾아가지만, 피해자의 아버지는 단호하게 그 요청을 거부한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어떻게든 설득하라는 지시뿐이다. 미카미는 유족의 마음이 경찰에게 굳게 닫혀버린 이유를 찾다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64 사건에 참여했던 담당 형사들 중에는 사건 후에 퇴직하거나, 돌연 행방을 감추고 사라진 사람도 있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도 있었다. 미카미는 64사건에 뭔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경찰청장의 유족 방문을 둘러싸고 같은 경찰서 내의 형사부와 경무부 간에 묘한 알력다툼이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서 홍보부의 미카미는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홍보부 책임자인 미카미는 경찰서 출입기자단과의 신경전까지 겪어야 한다.
그렇게 미카미가 동분서주하는 도중, 과거의 64사건을 그대로 모방한 듯한 유괴 사건이 다시금 발생한다.
경찰 VS 경찰
이 소설은 경찰서 내의 상황을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물론 64사건의 숨은 진상과, 결국 밝혀지지 않은 범인에 대한 문제도 다루지만, 그보다 더 주요하게 다루어 지는 건 64사건을 이용해 주도권을 쥐려는 경찰 내부의 권력 다툼이다.
그를 위해 책은 주인공인 '미카미'를 모호한 입장에 세워두었다. 그는 오랜 기간 형사로 일한, 형사가 몸에 벤 경찰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홍보실로 발령 받았다. 원치 않는 인사였지만 거부할 수도 없었기에 미카미는 홍보실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는 형사부에 오래 몸담아 형사부를 고향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현재는 경무부 소속이라 할 수 있는 홍보부에 몸담고 있다. 그 어떤 세력에도 명쾌히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위치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형사부의 입장에도, 그렇다고 경무부의 입장에도 빠질 수 없는, 비교적 제 3자의 시각에서 그 다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경찰 VS 언론, 기자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주요한 세력은 바로 출입기자단이다. 그들은 경찰, 특히 홍보부와는 늘 힘겨루기를 하는 집단이다. 경찰은 수사상의 비밀을 앞세워 극히 표면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려고 하고, 기자단은 알 권리를 내세운다. 기자단이 막무가내로 정보를 캐내려 한다는 경찰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경찰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도 이해가 간다.그렇기에 홍보부 책임자인 미카미와 기자단은 늘 줄다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소설 속에서는 그 내용이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이 소설의 작가오코야마 히데오는, 12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전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인지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상황은 아주 생생하고도 구체적이다.
◇◆◇
이 소설은 사건의 범인만을 쫓는 추리소설은 아니다. 64라는 유괴 사건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경찰서 안의 사람들과, 경찰과 언론의 관계를 아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이제까지 읽어본 책 중에, 경찰과 언론의 관계를 이렇게 자세히 그려낸 소설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사건을 둘러싸고 각자의 인물과 집단이 가진 저마다의 속내, 그리고 서로 다른 입장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물론 추리소설이지만, 경찰소설이라는 말도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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