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속의 망상/TV 보기

[쓰리데이즈] 이상하게 익숙해. 데자뷰인가?

스위벨 2014. 4. 10. 00:30
반응형

[드라마] 쓰리데이즈 (3days)

– 이상하게 익숙해. 데자뷰인가?

 

 

 

재신그룹의 김도진 회장(최원영)이 하고자 하는 일이 밝혀졌다. 그는 대통령 이동휘(손현주)가 미국 군수회사 팔콘의 컨설턴트 시절,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한 말을 그대로 현실로 옮기고자 하고 있었다.

 

"남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2의 IMF를 만들면 됩니다."

"그게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습니까?"

 

   

 

"대통령을 저격하거나, 기간 산업을 폭파하거나, 서울 도심에서 테러를 일으키거나. 북한과 손을 잡고 전쟁 상황을 만들고, 미 국무성에서 대한민국이 위험상황이라 선언하면, 해외자본이 눈깜짝할 새에 빠져나갈 겁니다. 그럼 IMF가 시작되는 거죠.

 

다만, 이런 일을 하려면 미친놈이어야겠지요. 대한민국이 망하건, 해외 자본에 팔리건 아무 상관 없는 미친놈이어야겠지요. 미친놈들이 하나만 있어도 안 됩니다. 정계 재계 미친놈들이 손을 잡고, 일을 벌이는 겁니다."

 

이동휘 대통령은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김도진이 훔친 다이너마이트로 무얼 하려는지 직감했다. 그리고 그가 꾸미고 있는 위기상황에서의 시장 교란에 대비해, 대통령 특별법에 사인을 해 달라며 총리에게 부탁했다. 총리는 대통령을 믿지 않았으나, 비서실장 신규진(윤제문)이 기밀문서를 최지훈 검사(이재용)에게 넘기고 숨을 거두었다는 말을 듣고는, 결국 사인을 했다. 이제 김도진에게 맞설 막강한 방어막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김도진은 이동휘가 말한 그 '미친놈'이었다. 그는 이동휘가 자신을 막자, 이제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자기가 가지려다 못 채운 그 탐욕에 대한 화풀이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면서 해대겠다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정계의 다른 미친놈들이 그 뒤를 받치고 있었다.

 

드라마는 간혹 노골적인 감성 주입을 시도하는 장면 연출을 곳곳에 배치하고, 심히 근지러운 대사들을 심어두긴 했으나 (그래도 배우 손현주라 참 다행이다), 오늘 방송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의 진전을 보이며 긴박함을 연출했다. 결국 대통령과 다른 길을 선택한 신규진 비서실장의 그 비장함도.

 

 

 

그리고 오늘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익숙해, 익숙해.'를 연신 내뱉었다. "이건 분명 어디서 봤어!"

그러나 당연히 표절 이야기는 아니다. 나로 하여금 이 드라마를 익숙하게 느끼도록 만든 건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사회였다. 그리고 내가 익숙함을 느끼고 있는 대상이 이 악에 맞서는 대통령이거나, 결국은 정의를 선택한 신규진 비서실장이거나, 올곧게 정의의 편이었던 이차영(소이현)과 한태경(박유천), 그리고 윤보원(박하선)의 이야기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익숙한 건 IMF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재계와 손을 잡은 김도진을 비롯한 그 '미친' 부류들이다. 얼마의 사람이 죽든,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든, 자기만 어마어마한 이득을 보면 된다는, 그 탐욕으로 가득 찬 부류들.

 

처음의 대화에서, 이동휘는 그런 '미친' 마음을 먹은 사람이 단 하나여서는 실행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건, 다른 이들이 동조하지 않으면, 그들이 막고자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힘 있는 사람들이, 그 힘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그 미친 행동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말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 속 상황이 비단 나 혼자에게만 익숙한 건 아닐 것이다. 많은 분들이 분명 현실과 뗄 수 없는 씁쓸한 모습을 찾으셨으리라. 물론 드라마는 현실을 모태로 태어난다. 그래서 분명 어떤 드라마를 보던, 우리 현실이 담겨 있게 된다. 하지만 다음에는 김도진과 같은 '미친' 쪽 말고, 바르고 정의로운 이들을 보며 이 말을 뱉어보고 싶다. "비슷해, 비슷해! 현실과 닮았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