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 미야베 미유키
어느 날, 중학생 '마사오'의 집에 변호사 하나가 찾아온다. 그는 온 가족이 모인 곳에서 이야기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해, 마사오는 골프연습장으로 아빠를 모시러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버지의 연인인 듯한 한 여자와 함께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 엄마 '사토코'는 아빠 '유키오'가 이혼을 위해 부른 변호사라 생각하고, 아빠는 엄마가 자신의 외도를 알고 부른 변호사라 생각한다. 그렇게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변호사는 엄청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엄마인 '사토코'씨가 20살 무렵에 베푼 친절을 기억하고, 한 자산가인 '사와무라'가 자신의 전 재산 5억엔을 전부 그녀에게 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낡고 작은 멘션에 사는 서민가족에게, 무려 5억엔이라는 거금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그 소식이 알려지자, 가족에게는 갑자기 다른 일들이 몰아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부금을 내라고 닥달하는가 하면, 집요한 취재 요청에, 주변 이웃들조차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듯 쳐다보고, 상당한 위협과 악의를 담은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 그리고 아빠의 회사 사람들이나, 마사오의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반응 또한 상당히 삐딱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죽은 '사와무라'와 엄마 '사토코'가 사실은 깊은 관계가 아니었겠느냐는 시선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 '유키오'는 그 사실을 참지 못하고, 아들인 '마사오'가 자기 아들인지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짐을 싸서 외도녀에게 가버리고 만다. 갑자기 떨어진 듯한 엄청난 횡재와 함께, 그들의 가정은 깨어져 버렸다.
유쾌한 중학생 콤비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서 많이 나오듯, 이 소설에도 영특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마사오와 그의 친구 시마자키다. 절친한 친구인 마사오와 시마자키는 참 유쾌하고, 영특한 아이들이다. 특히 시마자키는 어른들도 내다 보기 힘든 앞일까지 내다보는 중학생 소년이다. 그 소년들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참 힘차고도, 경쾌하다.
마사오는 자신에게 벌어진, 그리고 엄마와 아빠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자신이 아빠의 아들이 아닌 '사와무라'의 아들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때 마사오의 친구 '시마자키'는 이런 말을 한다. '방랑의 애널리스트'라 불린, 5억엔을 남긴 '사와무라'는 굉장히 머리가 좋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5억엔이란 거금을 남긴 방법이 이상하다. 그가 이렇게 유산을 남기면, 마사오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뻔히 알만한 사람이, 그럼에도 이렇게 유산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주고 싶었다면, 조금 더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마사오와 시마자키는 그런 의문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한다. 엄마와 '사와무라'씨가 처음 만났고, 엄마가 그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그 장소부터.
누군가의 행운이 불편한 사람들
돈이 생긴 그들 가족을 보는 시선은 절대 곱지 않다. 어디 한 군데 날 선 눈길로 마사오의 가족을 노려본다. 그들에게 생긴 행운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어서 만든 게 아닌데도 말이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타인의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이 절대 부드럽지만은 않다. 그들의 행복이 내 팍팍한 삶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태어날 때부터 어마어마한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행운을 거머쥐었을 때 더욱 인색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어제까지도 나와 같은 선에 서 있던 이들이었으니까.
마사오 가족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그런데 한 순간, 그들은 엄청난 돈을 얻어 저 높이 올라가고 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왜 그 행복이 내가 아니라 저들에게 온 것일까? 세상은 불공평하다. 나와 같은 생활을 하던 저들은 이제 돈을 펑펑 쓰며 살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부럽다는 마음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앞선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그들 가족이 행운을 거뭐진 건, 뭔가 떳떳치 못한 내막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로 이어진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전 작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처음부터 가볍게, 경쾌하게 걷고자 작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느낌이다. 때문에 사건은 진지하고 큰 클라이막스를 맞이하기 보다는, 하하호호 수다 떠는 듯이 짠! 하고 풀어낸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의 전작, [화차]나 [모방범], 혹은 [이유], [솔로몬의 위증] 같은 사회적 현상과 의미를 담고 있는 묵직한 소설을 기대했다면, 그 가벼움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칫 그 가벼움이 빈약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가벼움을 이 소설의 장점으로 받아 든다면, 상당히 유쾌하게, '룰루랄라' 하며 읽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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