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스노우맨 - 요 네스뵈 : 익숙한 것에 드리워진 섬뜩한 공포

스위벨 2014. 1. 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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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 스노우맨 (The Snowman) - 요 네스뵈 

: 익숙한 것에 드리워진 섬뜩한 공포

 

 

추운 겨울, 하얀 눈이 내리고, 눈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눈사람이 나타나면, 여자가 사라진다. 그렇게 그녀가 사라진 자리, 눈사람은 마치 사건 현장을 지켜보듯이 서 있다. 그리고 경찰인 해리 홀레 반장은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당신이 생각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누가 무리를 낳았지? 눈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무리 : 한 연쇄살인범의 이름)

 

해리는 이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니라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해리는 새로 부임한 여경찰, 카트리네와 함께 사건을 수사해나간다.

그리고 그 무렵, 다시금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실종이 아니었다. 사라진 여자들의 시체는 눈사람과 함께 발견된다. 잔혹하게 살인되어, 마치 눈사람의 일부가 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해리는 사건의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점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아이를 가진 유부녀들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라는 사실이다.

 

 

 

바다표범, 광기의 시작

 

소설 속에서는 몇몇 비유와 상징이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것은 바로 '바다표범' 이야기다.

 

"바다표범들이 바다에 나가 먹이를 찾기 위해 베링 해협을 떠날 때가 오면, 수컷은 암컷을 죽이려고 할 겁니다. 왜냐고요? 베르하우스 암컷 바다표범은 절대 같은 수컷과 두 번 짝짓기를 하지 않으니까요! 암컷 입장에는 유전형질의 생물학적 위험성을 분산시켜야 하거든요. 생물학적으로 볼 때 암컷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하는 게 당연하고, 수컷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수컷은 다른 아기 바다 표범들이 자신의 자손과 같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걸 막고자, 암컷을 죽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들은 바다표범처럼 살지 않을까요?"

"천만에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가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거나 짐작하는 사람이 친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거짓된 삶을 사는 겁니다."

 

이 대화는 소설을 관통하는 전체를 아우르는 비유이고, 해리 홀레 반장이 찾아야 할 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노우맨이 끔찍하고 그릇된 광기를 지닌 이유의 시작이기도 하다.

 

 

 

하얀 눈과 눈사람, 익숙한 사물이 주는 공포

 

눈사람은 보통 하얀 눈, 순수, 동심, 겨울날의 동화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에서는 살인 사건현장의 목격자이자, 범인이자, 피해자를 향한 잔혹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우리는 저 눈사람 안 만들었어요. 그런데… 왜 눈사람이 우리 집을 보고 있어요?"

 

익숙한 것, 일상의 것, 삶 속에 깃든 그 무엇이 갑자기 변모한다. 꿈처럼 아름다운 것들이 가장 끔찍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 의미의 전복이 일어날 때, 세상은 악몽으로 변한다.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내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공포는 더욱 무섭고 떨린다. 그리고 하얀 설원 위의 붉은 핏빛은, 더욱 강한 색채의 대비와 함께 사건의 끔찍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

 

 

소설 속의 살인사건은 상당히 잔혹하다. 그리고 발견된 피해자들의 모습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또한 이 소설은 그런 장면과 과정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상당히 거칠고 냉혹하며,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다.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강력한 스릴러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살인마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는 듯,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주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작은 심장을 가진 나는, 그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심각하게 책장을 후다닥 넘기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차가운 북유럽의 섬뜩한 겨울이 어떻게 그려질지, 아름다운 로망이기만 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피오르드가 어떻게 그 공포의 현장으로 변모할지, 그 영상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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