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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동이] 갑동이에게는 있고, 피해자에게는 없는 것?

스위벨 2014. 5. 3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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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갑동이

: 갑동이는 있고, 피해자에게는 없는 것?

 

 

오늘 살인범 류태오(이준)오마리아(김민정)에게 범죄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로써 류태오는 자신이 갑동이 카피캣(모방범)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류태오는 오마리아와 이야기하면서 갑동이가 죽었을 거라 단언했다. 증거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은 멈추려고 노력했지만, 절대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갑동이가 멈추었다면, 이유는 단 한가지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바로 갑동이가 죽었기 때문에.

  

 

그리고 결국 류태오 사건은 갑동이와는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한 범죄로 결론지어졌다. 다른 경찰서 식구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류태오가 잡힌 데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으나, 하무염(윤상현)의 심경은 다소 복잡했다. 그가 진짜 갑동이와 정말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면, 진짜 갑동이는 결국 못 찾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오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류태오에게 진짜 갑동이가 죽었을 거란 이야기를 들은 오마리아는 한동안 몸이 아플 정도로 충격을 받고 한참을 울었다. 류태오를 잡으면 진짜 갑동이를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그들에게는, 그만큼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진짜 갑동이로 밝혀진 차도혁(정인기) 계장은, 살인범의 얼굴을 숨기고 평소처럼 좋은 선배가 되어 하무염을 달랬다. 이제 그만 갑동이는 잊고 살라고 말이다. 하지만 하무염은 갑동이를 꼭 잡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차도혁은 물었다.

 

"네 말대로 공소시효가 지났어. 잡으면 어떡할 생각인데?"

 

그 물음에 하무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차도혁의 입가에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는 시효가 지났고, 자신을 아무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얼굴에서 이내 미소를 싹 감추었다.



갑동이는 참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고, 많은 것들을 빼앗아갔다. 양철곤(성동일)은 갑동이를 잡는 일에 휘말려, 무고한 많은 사람의 인생을 휘저었다. 그 중에는 사건 잠복 중에 자신으로 인해 사고사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은 물론이요, 단 하나의 가족인 딸조차 모두 잃었다.

 

하무염도 마찬가지다. 무고한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린 끝에 자살을 선택했고, 자신은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일념으로 경찰이 되었다.

또한 오마리아는 직접적인 갑동이 피해자고, 목격자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트라우마가 삶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친구를 버리고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은 그녀를 갑동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직접적인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이요, 갑동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그 괴로움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피해자들의 고통에는 '시효'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참 기분이 묘하더라고. 그 놈은 시간이 지나면 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우린 끝까지 벌을 받는다는 게."

 

하지만 사람을 죽인 갑동이에게는 시효가 존재한다. 연쇄살인범 갑동이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그리고 이미 시효가 끝났다. 현재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25년이 되었다고는 하나, 과거 사건에 대해서는 그 시효가 소급 적용되지도 않을뿐더러, 그 25년 이라는 시간 역시 의문은 남는다.

  

 

드라마를 8회나 남겨놓은 시점에 진범을 드러낸 것에 대해, 갑동이 제작진은 단순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이 공소시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피해자에게는 절대 없는 그 '시효'라는 단어가, 가해자에게는 15년, 25년으로 존재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오늘 드라마 속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며, 여러 단서들이 조금씩 차도혁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유일한 목격자인 오마리아가 갑동이의 얼굴을 기억해 냈고, 프로파일러 한상훈(강남길)은 갑동이 수사 당시 관음사에서 지내던 형사들 중 하나가 갑동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내비쳤다.

거기에 더불어 하무염의 가설대로 갑동이가 여전히 멈추지 못했다면, 아마도 그의 시효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숨겨진 다른 피해자에 대한 단서가 조금씩 드러나며 그 가능성을 높였다.

 

드라마 속 갑동이는 종국에 모든 걸 잃고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감금된 류태오가 스스로 죽을 자유마저 박탈당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 결국 등장할 '사필귀정'의 결말이 우리 사회에서도 실현될 수 있게끔, 드라마가 던진 물음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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