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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 꿈을 이루지 못한 어른들, 그래도.

스위벨 2018. 6. 1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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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よりもまだ , After the Storm)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아베 히로시, 키키 키린, 마키 요코, 요시자와 타이요, 고바야시 사토미 등

 


◆ '태풍이 지나가고' 줄거리, 내용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소설가다. 그는 꽤 알아주는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이다. 그 후로 어쩐지 잘 되지 않았다. 사실, 그 후로 그는 쓰는 일 자체를 성실히 해 내지 못했다고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와 이혼했고, 아들은 아내가 키우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소설가라고 생각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사립탐정 일을 한다. 하지만 그것도 말이 좋아 사립탐정이지, 실은 흥신소 업무다. 현실이 도무지 만족스럽지 않은 그는, 거창한 꿈을 꾸며 복권을 사고, 파친코에 가고, 경륜을 한다.


그러느라 그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들의 양육비조차 제때 주지 못하는, 한심한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전부인에게 양육비를 주겠다고 말하고 아주 오랜만에 아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 료타. 그는 아버지로서 한껏 허세를 부리며 아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좋은 야구화를 사 주고, 아들과 함께 부모님 댁을 찾는다.


하지만 날씨는 점점 흐려져 태풍이 몰려오고, 결국 료타와 아들 싱고, 그리고 아들을 데리러 온 료타의 전부인은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포스터]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주인공인 료타는 한심한 어른이고, 철없는 아버지이고, 대책없는 남편이었다. 하지만 료타 자신은 여전히 자신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잊지 못하고, 늘 과거를 향해 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과 현재와의 괴리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복권이나 도박 등으로 일확천금의 행운을 꿈꾼다. 자신의 삶을 바꾸고, 꿈을 이루어줄 한방.



그런 그가 태풍이 몰아친 날 밤, 부모님 집에서, 이제는 깨어져버린 가정의 구성원들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갑작스러운 태풍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덮치지만, 료타에게 그다지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전부인과 대화하며 이제는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를 마음 한 구석에서 깨닫게 되고, 아들과 이야기하며 아버지로서, 어른으로서의 자각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은 과거를 과거라고 인정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과거의 완전한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앞으로의 시간을 아들과 함께 쌓아가야 함을 깨달은 듯 보이기도 한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마지막을, 나는 해피엔딩, 이라고 하고 싶다. 사실 영화의 결말은, 과연 이게 해피 엔딩일까? 하는 의문이 들 만한, 그런 엔딩이다.

료타의 전부인은 이미 다른, 그리고 꽤 괜찮은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고, 그러므로 료타는 부인과 잘 되리란 기대는 버렸다. 그리고 전부인은 료타에게 다음 달 양육비를 잊지 말라고 말하고는 아들의 손을 잡고 멀어져 간다. 담담하고, 초라하다.



그럼에도 나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단 한 번으로 인생을 모조리 바꾸어 줄 만한 행운은,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무언가 거대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태풍이 다가오고, 뜻밖의 우연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이어진다. 다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아주 조금의 희망으로, 약간의 가능성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내가 열심히 사는 오늘은 시시했던 어제와 약간 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내일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현실의 어른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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