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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리틀 포레스트 - 나만의 작은 숲을. (김태리, 류준열)

스위벨 2018. 5. 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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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국)

 

/ 임순례 감독

/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등 출연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줄거리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어느 겨울 날, 도망치듯 고향집으로 돌아온 혜원.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같이 살던 집이지만, 엄마는 혜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갑자기 편지 한 통만을 남겨둔 채 집을 떠났다. 그래서 돌아온 고향 집에는 혜원 혼자 뿐이다.

 

하지만 고향에는 혜원의 고모가 있고, 오래된 친구 은숙과 재하가 있다. 고향을 떠나본 적 없는 농협직원 은숙과, 도시의 삶을 버리고 농부로 살기 시작한 재하. 그들과 함께 혜원도 고향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한다.

 

혜원은 매일 열심히 농사를 짓고, 그것들을 이용해 정성껏 맛있는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 바쁘게 살아도, 도망쳐 왔다는 생각이 혜원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혜원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편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해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영화는 고향집 문을 연 혜원이 눈 덮인 밭에서 배추를 뽑아다가 배추 된장국을 끓여, 그 국에 밥을 말아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배가 고파서 돌아왔다는 혜원의 말처럼, 고향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배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공허해져 버린 마음을 채우는 행위 같다.

그렇게 혜원은 고향에서 착실히 배를 채운다. 고모의 밥으로,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로, 갓 따온 싱싱한 채소들로.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혜원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사이 스르륵, 마음도 채워진다.

 

 

 

이 영화의 원작인,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감성을 입은 리틀포레스트는 어떨지 궁금했었다.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또 많이 다르다. 일본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감정, 엄마의 감정이 지극히 절제되어 표현되었다. 과거의 일들은 농사와 요리라는 현재의 행위 사이에 무덤덤하게 보여질 뿐이었다.

 

 

 

그에 반해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는 요리의 비중이 좀 줄어들고,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인물이 가진 감정의 높낮이에 훨씬 더 굴곡이 있고, 희로애락이 더 많이 표현되었다. 우리나라 청춘들의 현실과 고민도 녹아 들고, 친구들과의 유머나 에피소드도 상당히 늘어났다. 엄마와의 에피소드들도 조금 더 구체적이고 감성적으로 다루어졌다.

 

그래서 한국판에서는 원작과는 조금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다른 매력 때문에,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도 나는 굉장히 좋았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인상 깊었던 한마디는, 엄마의 대사였다. 아빠의 병을 요양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도시로 돌아가지 않은 건, 혜원을 이 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말.

그리고 그런 엄마의 바람대로, 혜원은 그 시골이 싫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그곳에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비록 처음에 혜원은 도망치듯 왔다고 했지만, 이 또한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른다. 도망칠 곳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일상을 보낸 후 혜원은 비로소 도망이 아닌, 돌아오기 위한, 아주 심기를 위한 걸음을 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내가 이런 류의 영화를 기대하며 찾아보는 이유는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다. 도무지 모르겠는 문제에 대해, 살아도 살아도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그 질문에 대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떤 답을 내렸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에.

나의 작은 숲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지만, 그러니 별 수 없이 시간을 더 보내봐야 하는 걸까, 생각한다. 착실하게 매일매일, 그렇게 배를 채워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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