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힘겨운 날, 버거운 날에 읽고 싶은 책

스위벨 2017. 9. 2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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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오늘을 보내는 우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내가 슬픔을 견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쓰고, 울다 지쳐 잠이 드는 것이다.

한참을 울고 울다 지쳐서 제 풀에 잠이 들었다 깨고 나면 '나 뭐했지' 하는 생각과 함께, 슬픔에서 조금 빠져 나와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곤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책 읽기다.

이상하게 속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내 치부를 다 알고 있는 가까운 친구는 물론이요, 가족에게도 들키기 싫은. 그럴 때 습관적으로 책을 펼친다. 그러면 굳이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닐 것이 분명한 책 속의 문장 하나도, 꼭 나에게 해 주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달복달하던 생각도 잠잠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그런 날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해 본다. 유난히 버거운 날, 막힌 숨이 끅끅 차오르는 그런 날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

 

1. 왕국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이것은 나와 가에데를 둘러싼, 길고 이렇다 할 재미도 없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동화보다 유치하고, 우화라 하기에는 교훈이 없다. 어리석은 인간의 삶과, 약간 묘한 각도에서 바라본 이 세계. 결국은 좀 삐딱한 옛이야기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 속에 아주 사소하지만 좋은 것이 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계가 신기하게도 가슴을 열어 준다.”

 

이 문단이 이 책의 전부를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무심한 듯 느껴지지만, 그러한 잔잔함이 되려 포근해지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느긋하고 편안해진다.

[왕국 상세 리뷰 읽기]

 


2.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마스다 미리 지음

 

 

"돈도 미모도 남자도 없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가 붙는 나이. 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이다. 아주 흔하고 소박한 30대 미혼녀가 주인공. 큰 슬픔보다 우리가 평생에 걸쳐 품고 사는 지금 내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주제로 하고 있다. 내 마음을 콕 집어낸 듯한 공감이, 어느덧 위로가 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상세 리뷰 읽]

 

 

3. 막다른 골목의 추억 / 요시모토 바나나

 

 

 

 

“…… 아픔은 이렇게 사라져 간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를 잃었거나, 상처받았거나, 자신만의 사연으로 삶의 어떤 부분이 결핍된 상태에 놓여 있다.

잘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막다른 골목에 와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한 없는 절망으로 치달아 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아주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 상세 리뷰 읽기]

 

 

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게 오래 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제나 나 자신을 텅 빈 그릇같이 느껴왔어."

 

서른 여섯 살이 된 쓰쿠루는 자기 어딘가가 텅 빈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 여자들을 만나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고, 친구도 사귀지 않는다.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안 좋은 사건이 있다. 이미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마음의 응어리를 해결하고자, 쓰쿠루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나기 시작한다. 쓰쿠루가 떠난 순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우리 또한 우리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상세 리뷰 읽기]

 

 

 

5.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지음

 

 

조로증을 앓고 있는 17살 소년 아름이 주인공이다. 아름이의 신체 나이는 여든을 넘었다. 언제 심장이 멈추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책에서는 계속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17, 한창 봄이어야 할 한 소년의 죽음. 그런데 책에서 느껴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눈부신 생명이다. 두근두근심장이 뛰는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덩달아, 잿빛이었던 내 세상에도 조금은 색이 입혀진 듯한 기분이, 잠깐이나마 든다.

[두근두근 내 인생 상세 리뷰 읽기]

 

 

6.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 에쿠니 가오리 지음

 

 

 

위태롭고 모순적인 삶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흔히 말하는 보통이라는 범주에서 상당히 벗어난 듯 보이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그 자체를 포기하는 일 없이, 오직 나 자신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자매들이다.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잊지는 말자, '나'를 놓아버리지는 말자, 라고 생각하게 해 주는 책.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상세 리뷰 읽기]

 

◇◆◇

 

요 한달, 나에게는 꽤나 버거운 일들이 있었다. 그제 밤은 베갯잇을 적시며 새벽까지 울어댔고, 어제는 끅끅 숨이 차오르는 마음을 애써 부여 안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었고, 오늘은 이 글을 쓴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언제 마음이 무너져 내릴 지 몰라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마음을 다잡아 보자고, 생각한다.

 

슬픔의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그것을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여도 충분하다. 우리가 그 작은 이정표를 알아챌 수 있기를, 그 이정표가 앞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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